한국 공무원 비율 OECD 꼴찌?…'엉터리 통계' 알고도 갖다 쓴 정부

'1호 공약' 81만명 채용 근거 된 2013년 국가별 공공 일자리 자료
한국, 중앙·지방 공무원만 집계…다른 국가는 비정규직도 포함
통계방식 달라 직접 비교 불가
‘7.6%나 3%포인트 같은 비판의 소지가 있는 수치 활용을 회피하고 공공 일자리 81만 개라는 목표만 강조해야 함.’

문재인 정부의 핵심 기구인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7.6%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나와 있는 한국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율로, 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 선언의 근거가 된 통계다. 하지만 보고서가 보여주듯 새 정부는 통계의 오류를 알고도 정책의 근거로 삼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정부가 인용한 OECD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율은 7.6%로 OECD 평균(21.3%)의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공공 일자리 집계 기준은 국가마다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은 공무원법 적용을 받는 중앙·지방공무원만 공공 일자리에 집계했지만, 대부분 OECD 국가들은 정부에서 인건비를 지급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사립학교 교원, 비영리 공공단체 직원 등도 공공 일자리에 포함한다. 이런 까닭에 OECD도 통계 그래프 각주에 ‘대부분 국가는 국제노동기구(ILO) 조사 기반이지만 한국, 포르투갈 등은 해당 국가에서 낸 자료’라며 데이터 활용에 유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OECD의 ‘주의사항’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책의 근거로 삼았다. 새 정부의 공공 일자리 목표치는 81만 명이다. 이 숫자는 2013년 기준 7.6%인 공공 일자리 비중을 3%포인트 높이면 창출 가능할 것으로 계산된 수치다. 하지만 일자리위원회 보고서에서조차 ‘2017년 1월 기준 경제활동인구는 2670만 명, 취업자는 2569만 명’이라며 ‘3%포인트가 81만이 되려면 100%는 2700만이어야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수치’라고 적시했다.

새 정부 출범 한 달, 소방·경찰·사회복지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인력 확충 계획이 잇따라 나오면서 여론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공공 일자리 확대에 따른 재정 마련 방안은 미비하다는 지적도 많다. 일자리위원회 보고서는 앞으로 공무원이 17만4000명 증원되면 연간 인건비 부담이 5조65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정부가 책정해놓은 관련 예산은 당장 올해 채용 예정인 1만2000여 명의 채용시험 및 교육훈련 예산 80억원뿐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