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퍼백에 투표지 보관…'부실 관리' 논란 확진자 사전투표해보니

확진·비확진자 동선분리 위해 투표지 모아
투표함 하나만 두도록 규정한 선거법 때문
지퍼백·종이가방·박스 등 보관함 천차만별
확진자 추운 날씨 밖에서 2시간 이상 대기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소가 설치된 서울 서초동 한 동사무소에서 투표 사무원이 투표용지를 받아 바닥에 놓인 박스에 모으고 있다. 독자제공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가 '부실 관리' 논란에 휩싸였다. 확진자는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본인이 직접 넣은 게 아니라 투표 사무원에게 전달했는데, 이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이 없어 유권자들이 혼란스러웠다는 지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법적으로 투표소당 하나의 투표함만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확진자가 접근이 어려운 상황에서 오해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가 진행 중인 5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부실 관리' 논란이 불거졌다. 확진자는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직접 넣는 게 아니라 투표 사무원에게 전달해 투표함에 넣는 방식 때문이다. 본지 기자는 이날 오후 직접 확진자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확진자는 비확진자와 달리 각 투표소 건물 실내가 아닌 투표소 외부에 설치된 기표장소(임시기표소)에서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를 마친 뒤 배부된 종이봉투에 투표용지를 넣었다. 투표용지는 각 당 선거 참관인이 투명한 지퍼팩에 수거해갔다.

임시기표소에 별도의 투표함이 설치되지 않은 점은 의아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상 투표소에는 투표함을 한 개만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거법 151조 2항에는 '하나의 선거에 관한 투표에 있어서 투표구마다 선거구별로 동시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투표함 교체 등 부정선거를 막을 장치다.

확진자 투표용지를 별도로 모아서 투표함에 넣는 것은 비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확진자는 오후 5시 이후 사전투표를 진행하지만, 그 이전에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비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면 대규모 감염 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일부에서는 해당 봉투를 밀봉하지 않는 것을 두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결국 사무원들이 확진자의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어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봉인을 한다 해도 투표함에 넣기 때문에 봉투를 다시 뜯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당 추천 참관인이 볼 수 있는 바구니와 상자 등에 담아 참관인과 함께 투표소로 이동해 참관인의 참관 아래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투입한다"고 강조했다.

임시기표소에는 후보자별로 참관인이 한 명씩, 최소 두 명 이상 최대 6명까지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선관위 설명이다.

다만 투표 사무원이 투표용지를 보관하는 용기가 투표소마다 천차만별인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제 투표지 보관용기는 각 기표소마다 지퍼백, 종이박스, 종이가방, 플라스틱 상자 등으로 다양했다. 투표용지를 넣기는 쉬워도 빼기는 어려운 투표함처럼 보관용기에도 보안을 신경 썼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보관용기가 밀봉됐다면 투표함과 다르지 않을 뿐더러 바꿔치기 등에 오히려 더 취약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가 진행된 5일 각 투표소에서 투표 사무원들이 제각기 다른 투표지 보관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독자제공
추운 날씨에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오래 외부에 대기해있다는 점도 선관위의 관리 소홀로 지적된다. 본지 기자는 오후 5시10분부터 줄을 기다린 결과 오후 6시20분께 투표를 마칠 수 있었다. 오후 7시에도 여전히 확진자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환자들을 이렇게 추운 데 둬도 되나"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김인엽/조미현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