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갈등' 늪에 빠진 대한민국
입력
수정
지면A1
기업·학교·정치권…“쌤 페미(페미니스트)죠. 와, 페미다!”
곳곳서 충돌하는 남과 여
중학교 여교사 A씨는 요즘 쉬는 시간이면 일단의 남학생들로부터 이런 놀림을 받는다. 그가 이런 공격을 받게 된 데는 학교에서 성평등 수업을 맡은 게 발단이 됐다. “여성이 가사노동을 전담하고, 경력 단절을 겪는 것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내용에 남학생들은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A교사는 “2030 남성이 많이 가입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영향을 받아 요즘은 10대 중에도 여성 혐오 성향을 보이는 남학생이 상당수”라며 “그 강도가 20대보다 더 세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류는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경제신문이 정치 스타트업 옥소폴리틱스와 함께 지난 17~19일 실시한 설문조사(747명 대상) 결과 응답자의 86.6%(647명)는 “한국 사회의 남녀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3분의 1(32.3%)은 아예 “젠더 갈등이 앞으로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 내집 마련 등이 어려워져 남녀가 과거보다 더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니 서로 간의 이해와 양보는 사라지고 있다”며 “그 사회적 비용이 너무 커 이제는 갈등 치유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길성/김남영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