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변호사'…변협, 권경애 징계 조사 착수

‘조국흑서’ 권경애 변호사 논란
학폭 소송 맡아놓고 불출석해 의뢰인 패소
변협 "유족에 깊은 위로 표한다"
2015년 학교폭력을 당한 뒤 사망한 고 박주원 양
2015년 학교폭력을 당한 뒤 사망한 고 박주원 양의 유족이 가해자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해왔다. 8년이나 질질 끌어온 소송은 결국 소 취하로 허무하게 끝났다.

박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는 소송을 취하한 적이 없는데 어째서 이런 결론이 난 것일까.이유를 알고 보니 원고 이씨 측 소송대리인이 재판에 세 차례 출석하지 않아 항소가 취하된 것으로 뒤늦게 파악됐다. 민사소송법상 대리인 등 소송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해도 변론하지 않을 경우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

공분을 산 해당 소송의 대리인이 '조국 흑서(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공동 저자이자 SNS서 조국 전 장관 비판을 활발히 해온 권경애 변호사로 알려지자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6일 변호사의 징계를 위한 혐의 조사 준비에 착수했다.

변협은 이날 "이번 일을 엄중한 사안으로 인식한다. 유족에 깊은 위로를 표한다"며 "협회장 직권으로 조사위원회 회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변협 회규에 따라 협회장은 징계 혐의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회원을 조사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다. 징계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

권 변호사는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해놓고 총 5회 무단으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고 항소심서는 3회 연속 불출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권 변호사는 소 취하로 결과적으로 패소 결론이 났음에도 이를 유족에게 5개월간 알리지 않았다.

1심에서 유족이 승소한 부분도 패소로 뒤집혔다. 이씨는 "가해자들이 재판에서 이겼다고 떠들고 다닐 걸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다 못해 망연자실한다"며 "정치만 떠들면서 자신이 맡은 사건을 '불참'으로 말아먹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도대체 그런 일이 벌어진 게 언제냐고 했더니 작년 10월이라고 했다"며 "5개월 동안 변호사는 저에게 말 한마디 없이 제가 전화할 때까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씨가 떠맡게 될 소송비용도 큰 문제로 떠올랐다. 항소가 취하된 경우 소송비용 확정 사건을 통해 소송비용의 부담을 결정하게 되는데 서울시교육청 측은 지난달 23일 이미 이씨를 상대로 소송비용 확정 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씨가 공개 사과를 요구하자 권 변호사는 "그러면 나는 매장된다. 그것만은 봐달라"고 사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변호사는 현재 SNS 글을 내리고 잠적한 상태다.

네티즌들은 "학폭으로 자식을 잃은 엄마가 8년 동안 매달려온 사건을 패소도 아니고 변호사가 무책임하게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소가 취하됐다. 어처구니가 없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변호사. 학폭 피해로 숨진 딸을 대신해 가해자 34명에게 일일이 소장을 전달하며 법적 싸움을 이어온 어머니의 희망을 짓밟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전 국민의힘 부대변인 출신인 신인규 변호사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자기가 수임한 사건에서 재판기일을 가지 않는 변호사가 있을 수 있나"라고 개탄했다. 신 변호사는 "남을 비판하는 데만 몰두하면서 자기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그 비판에 힘이 실릴 수도 없다"면서 "권 변호사는 연락을 피하지 말고 어마어마한 자기 잘못에 직접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