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이 동반 급락하며 '블랙 먼데이'로 시작했던 국내 증시가 12일 반등에 성공하면서 '골든 프라이데이'로 마감했다. 미·이란 간 종전 합의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기대감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도 35일 만에 국내 증시로 귀환했다.

12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4.63% 상승한 8123.62에 마감했다. 장 초반부터 거센 상승세를 보이며 한때 8400선까지 돌파했다가 막판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폭을 줄였다. 오전엔 올해 13번째 매수 사이드카(프로그램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삼성전자(7.86%), SK하이닉스(2.33%), SK스퀘어(10.59%) 등이 오르면서 상승장을 이끌었고, 건설 등 재건 수혜주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주도 힘을 보탰다. 코스닥 역시 전일보다 3.32% 오른 1029.05에 마감했다.
35일만에 외국인이 돌아왔다…삼전닉스 등 2조원어치 순매수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외국인의 복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이후 24거래일 연속 코스피 순매도 행렬을 펼쳤던 외국인은 이날 처음으로 2조원어치를 사들였다. 반도체 투톱 등 현물주식뿐 아니라 코스피 200 선물도 동반 순매수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스페이스X 상장으로 인한 수급 쏠림과 미국 금리 인상 등 외부 변수가 아직 남아있어 변동장세가 이어지겠지만, 중장기적 상승 전망은 여전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날 일본 닛케이 225(2.81%), 홍콩 항셍지수(1.62%),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27%)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코스닥 동반 급락하며 서킷 브레이커 발동(월요일) → 코스피 8096.93으로 반등(화요일) → 다시 7730.82으로 하락(수요일) → 7300~7800선에서 수십여차례 급등락(목요일) → 장중 8400선 돌파하며 상승세로 마감(금요일).

지난 일주일간 국내 증시의 변화다. 코스피 지수는 7300선에서 8400선까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현기증 나는 장세를 보였다. 코스닥도 마찬가지다. 선물시장의 급격한 변동으로 시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거래를 제한하는 서킷브레이커와 매수·매도 사이드카는 이번주에만 코스피·코스닥을 통틀어 9번이나 발동됐다. 이번주 마지막 거래일인 12일엔 종전 기대감이 커지면서 환호 속에 마감했지만, 다음주에도 이같은 극심한 증시 변동성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삼전닉스 다시 사는 외국인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는 이번주 내내 미·이란 간 긴장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 반도체 고점론 등에 휘청였다. 지난 8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에도 불구하고, 브로드컴 실적발표를 계기로 불거진 반도체 실적 피크아웃(정점통과) 우려 등으로 '팔천피·천스닥'이 모두 깨졌다. 이후에도 중동전쟁에 대한 우려와 종전 기대감이 교차하면서 오락가락한 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1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전 합의가 임박했다고 밝히면서 12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전일 대비 4.63%, 3.22% 상승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간밤 미국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6.5% 오르며 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시장은 물가 부담보다 중동 리스크 완화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에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20위권 종목 가운데 삼성전기(-5.04%)를 빼고 모두 상승 마감했다.
35일만에 외국인이 돌아왔다…삼전닉스 등 2조원어치 순매수
외국인 투자자도 간만에 '사자' 행렬을 펼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7일부터 전날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 기간 순매도액은 74조원에 달한다. 넥스트레이드 거래를 포함해도 5월 26일(1045억원)과 27일(45억원)을 빼면 매일 대량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국내 반도체주가 단기간 내 급등하면서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정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정규장에서 코스피 주식을 2조원어치를 사들였다. 그간 팔아치웠던 SK하이닉스(1조2880억원)와 삼성전자(8829억원)가 나란히 순매수 1, 2위를 차지했다. 이날 개인은 4조3200억원을 팔아치웠고, 기관은 2조377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연구원은 "장기간 이어졌던 외국인 매도 흐름이 반전된 점은 투자심리 개선 요인"이라고 했다.

"조정장 땐 매도보다 분할 매수"

이날 증시는 환호로 끝났지만, 다음주에도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총의 51%를 차지하는 만큼 약간의 반도체 고점 논란에도 전체 증시가 흔들리는 구조라서다. 이날 오후에도 "글로벌 은행들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 폭등에 따른 잠재적 폭락을 우려해 헤지펀드의 레버리지 베팅을 제한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33만전자'와 '129만닉스'까지 찍었던 두 종목이 상승폭을 줄였다. 장중 9%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도 4%대로 마감했다. 글로벌 자금 블랙홀로 여겨지는 스페이스X 상장과 미국 금리 인상 시점도 변수다.
35일만에 외국인이 돌아왔다…삼전닉스 등 2조원어치 순매수
그럼에도 증권가는 중장기적 상승 전망은 훼손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까지 변동성에 다시 노출될 수 있겠지만, '매도 후 현금 비중 확대'보다 '조정 시 분할 매수'로 대응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