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간장물 밴 게장부터 담백한 닭 요리까지…
대대손손 이어온 인천의 손맛
인천 삼대인천게장
인천 삼대인천게장

3대가 잇는 맛의 이야기, 삼대인천게장

1962년에 문을 연 ‘삼대인천게장’은 3대가 잇고 있는 노포다. 하지만 본점의 모습은 노포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오랜 역사의 흔적이 깃든 가게를 전면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한 건 3대째 가게를 잇는 유장현 대표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이 시작하던 시기, 오래된 가게의 모습이 비위생적으로 비칠 위험이 커졌던 것이다. 3개월간 장사를 멈추는 대규모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현대적인 매장이 탄생했다.

이곳은 연평도 암꽃게로만 게장을 만든다. 센 물살을 견디며 서식하는 연평도 꽃게는 살이 실하고 단단하기로 유명하다. 이 꽃게로 직접 메주를 빚어 만든 씨간장을 사용해 게장을 담근다. 1대 창업주 이정녀 여사 때부터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씨간장이다.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고 매장을 현대식으로 바꾸었지만 맛과 정성만은 치열하게 이어가는 중이다. 아삭아삭한 사과를 띄운 시원한 동치미, 소불고기를 먹는 것처럼 육덕진 버섯볶음, 고소한 조기와 매콤한 고추소박이. 이 모두가 반찬 하나에도 갖은 정성을 쏟았던 이정녀 여사, 그리고 그의 딸 2대 임정실 여사의 것 그대로다.

가게 문을 열기가 무섭게 포장주문 전화가 하나둘씩 오기 시작한다. 이곳 게장의 온라인 판매율은 언제나 최상위에 랭크되어 있어 배송 문의도 쇄도한다. 직원들은 문의 전화에 성실하게 답하며 음식을 준비해나가고, 아침 일찍 가게를 찾은 정중한 손님은 보채는 기색 하나 없이 묵묵히 포장을 기다려 받아간다. 맛있고 정직한 노포의 풍경은 변한 듯, 변하지 않는다.

▶인천 동구 금곡로81번길 22
인천 락캠프
인천 락캠프

인천 록 역사를 기록한다, 락캠프

‘라이브클럽 락캠프(ROCKCAMP)’. 가게 이름을 내뱉는 것만으로도 인천 록 문화 역사의 한 챕터를 읽어 내려간 느낌이다. 인천은 ‘사하라’, ‘크래쉬’ 등 1세대 헤비메탈 밴드가 탄생한 한국 록 음악의 성지다. 기타리스트인 정유천 대표와 그의 아내 김정숙 씨가 인천 부평에 가게를 연 것은 1997년이다.

오랜 시간 변함없이 매주 토요일이면 저녁 7시반에 시작해 새벽 1~2시쯤 끝나는 3팀의 공연이 이어졌다. 대표의 밴드 ‘정유천블루밴드’도 이 무대에 선다. 이러한 낭만적인 일들이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일어났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바뀔 때마다 가게는 영향을 받았고, 몇 주 동안 공연을 열 수 없을 때는 주인도 손님도 모두 답답한 마음이 돼버린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넓은 공간을 운영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하에 가게는 서른 평 정도 되는 공간으로 옮겨왔다.

전보다 공간이 좁아졌다곤 하지만 지금의 독특한 ㄱ 자 모양의 매장 구조는 공연을 겸하는 펍으로서 너무나 매력적이다. 정유천 대표의 첫째 딸이자 뮤지션인 정예지 락캠프 기획실장이 그려넣은 개성 있는 그림은 매장 곳곳에서 발견된다. 무엇 하나 이야기가 안 담긴 것이 없어 매일와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가게는 현재 목·금·토요일만 문을 여는 단축 영업에 들어갔다.

공연은 역시 잠시 멈췄지만 올해는 25주년을 맞이하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아주 성대하게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정유천 대표가 선곡한 멋진 록 음악과 김정숙씨가 들려주는 괴짜 예술가들의 이야기로 가득한 공간. 아주 많은 사람이 락캠프의 25주년 축하 공연이 성대하게 열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인천 부평구 신트리로6번길 6
인천 인현통닭삼계탕
인천 인현통닭삼계탕

매일 먹어도 좋은 담백한 맛, 인현통닭삼계탕

인천의 노포 ‘인현통닭삼계탕’의 메뉴는 삼계탕과 전기구이통닭 단 두 가지뿐이다. 1972년 할머니가 문을 연 가게를 이어 받아 손자인 강효종 대표가 꾸려가고 있다. 담백한 닭요리로 인천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이곳의 육수는 닭발만 사용해 아주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담백한 맛의 삼계탕은 오늘도 내일도 한 그릇 든든히 먹고 싶은 매일의 음식이 된다.

강효종 대표는 점심시간 때쯤 ‘다시’ 가게에 나온다. 그는 이른 새벽에 나와 건강하고 맛있는 재료를 가득 넣어 닭을 손질한다. 육수를 부어 끓이기만 하면 맛있는 삼계탕이 완성되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통닭의 밑작업도 강 대표의 몫이다. 전기구이통닭은 가게에서 만든 고유의 양념을 발라서 초벌을 돌려놓는데, 한 번에 구울 수 있는 개수가 한정되어 있어 사람이 계속 지켜보면서 구워야 한다.

가게에서는 식사와 포장만 가능하고 배달은 하지 않는다. 삼계탕에는 귀하고 좋은 재료만 들어간다. 즉 마진이 크게 남는 음식이 아닌 셈이다. 배달로 음식을 제공하려면 음식값은 당연히 비싸질 수밖에 없다.

예부터 할머니가 손님들께 내어 온 음식인데 어떻게 부담스러운 가격에 내놓을 수 있으랴. 재료에 대해 타협할 수도 없다. 맛있는 삼계탕을 지금의 가격에 내놓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대표가 홀로 그날의 영업을 위한 수많은 밑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고 보면 이 음식 한 그릇에 얼마나 오랜 비법과 정성, 실제적 노고가 깃들었는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오랜 가게를 이어 나가는 손자의 매일의 노력이 깃든, 매일의 식사로도 좋을 담백한 삼계탕. 한 그릇 뚝딱 비우니 속도, 기분도 든든하기만 하다.

▶인천 남동구 문화로 95
인천 하늘가든
인천 하늘가든

영흥산 바지락으로 차려낸 식사, 하늘가든

‘하늘가든’은 ‘유석이네식당’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솜씨 좋은 시어머니 밑에서 요리를 배운 허복순 대표가 딸의 이름을 내걸고 연 식당이었다. 매일 새벽부터 음식을 준비해 이른 아침 공사 현장에 나가는 일꾼들의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차려냈다.

맛있는 가게가 하루라도 문을 닫는다면 이 가게만 믿고 있던 손님들은 막막해지기 마련이다. 든든한 밥을 못 먹으면 그날 하루 무슨 힘으로 일할까. 허복순 대표는 이런 걱정 때문에 단 하루도 가게의 문을 닫은 적이 없단다.

영흥도에서 나는 건강한 재료들을 가득 넣고 매일매일 맛있는 ‘바지락 고추장찌개’를 끓여왔다. 겨울에는 영흥도산 굴로 끓이는 ‘굴 고추장 찌개’를 선보이고, 해산물은 모두 국내산, 바지락과 굴은 당연히 영흥도산, 김치를 담그는 배추를 비롯해 각종 채소는 전부 직접 키운다. 고춧가루 역시 직접 재배한 고추로 만든다.

가게는 부침도 겪었다. 2020년, 장사를 매일 이어가는 것이 힘에 부칠 즈음 가게에 화재가 발생했다. 장사를 접을까 고민했지만 가족들이 응원해마지않던 오랜 가게를 닫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다행히 건축을 하는 남편이 식당을 리모델링해 재건하고, 광고홍보업을 하던 사위 안대영 씨(유석 씨의 남편이다)가 고추장찌개 밀 키트를 개발하는 일에 나서면서 가게는 다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 같은 허복순 대표는 매일 가게를 지킨다. 일에 대한 열정은 집안 내력인지 아직도 허복순 대표의 시어머니는 가게에서 쓸 바지락을 직접 손질하신다. 그 옛날 손녀의 이름으로 지은 ‘유석이네식당’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천 옹진군 영흥면 영흥로251번길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