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정원’ 켄트에서 만난 영국 와인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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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음식은 맛없다’는 편견이 있지만 술에 있어서만큼은 예외다. 오직 술을 맛보기 위해 영국으로 향해도 좋을 정도로 품질이 뛰어난 주류가 많다.

위스키, 맥주의 명성에 가려져 있지만, 영국 와인 역시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영국 사람들은 식사 때마다 와인을 빼놓지 않고 곁들이는 ‘와인러버’들이고, 영국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영국 내에서 포도를 경작하는 와이너리가 무려 700여 곳이나 있을 정도다.
영국 와인의 국가대표, 켄트
영국 와인을 이야기할 때 첫손에 꼽는 지역은 단연 켄트다. 켄트는 잉글랜드 남동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남서쪽으로 템스강의 하구와 접하며 도버 해협을 사이에 두고 프랑스 파드칼레주와 마주 보고 있다. 도버의 극적인 하얀 절벽, 경탄을 자아내는 절경, 북적거리는 해수욕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성, 우뚝 솟은 대성당 등이 켄트를 대표하는 이미지다.


톡톡 튀는 스파클링 와인 사랑
요즘 켄트에서 가장 핫한 와인은 바로 스파클링 와인이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켄트뿐 아니라 영국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는 농가는 드물었다. 전 세계 스파클링 와인 생산자 중 차지하는 비율은 0.2%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영국 스파클링 와인의 인기가 놀랄 만큼 높아지고 있다. 영국 전체 와인 생산에서 스파클링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어섰을 정도.
스파클링 와인은 주로 샤르도네·피노누아·피노 뫼니에 품종으로 만드는데, 이러한 포도는 낮은 기온, 적은 일조량을 가진 켄트의 기후에서 특히 잘 자라서 뛰어난 품종의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데 적합하다.
프랑스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프리미엄 샴페인 브랜드 떼땅져는 2015년 켄트에 포도밭을 매입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샴페인 생산자가 영국에 진출한 것은 처음으로, 떼땅져는 2023년 중 ‘도멘 에브레몬드’라는 이름의 스파클링 와인을 출시할 예정이다.
영국 소비자의 취향 역시 스파클링 와인의 인기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샴페인을 수입하는 국가다.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영국은 총 2700만 병의 샴페인을 소비했는데, 이는 영국보다 인구수가 6배 많은 미국의 샴페인 소비량과 맞먹는 수치다. 스파클링 와인의 또 다른 종류인 프로세코 등의 소비량까지 고려하면 청량하고 기포가 톡톡 튀는 스파클링 와인에 대한 사랑은 확실히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밸푸어 로제 브뤼
밸푸어는 영국인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와이너리. 로제 스파클링 와인은 유수의 와인 대회에서 상을 받았으며, 평론가들로부터 ‘독점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고 호평받을 정도로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장미 꽃잎을 떠올리게 만드는 옅은 핑크색 와인으로, 산미와 과실미가 균형을 이뤄서 붉은 베리와 라임, 레몬 등 상큼한 과즙을 느낄 수 있어 식전주로 제격이다.

샤펠 다운은 영국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자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클래식 브뤼는 프랑스 최고급 샴페인 못지않은 품질을 자랑한다. 24개월 이상 숙성을 거친 와인은 딸기와 사과, 버터 바른 토스트의 아로마를 담고 있으며, 기분 좋게 지속되는 벨벳 같은 거품을 느낄 수 있다.

2022년 구스본은 영국에서 가장 구하기 힘든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였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와인 ‘플래티넘 주빌리 스페셜 에디션 잉글리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었기 때문. 매일 밤 잠들기 전 샴페인을 한 잔씩 마셨다고 할 정도로 스파클링 와인을 사랑한 여왕에게 헌정하는 와인이었다.
이 와인은 켄트와 웨스서식스의 샤르도네·피노누아·피노 뫼니에를 블렌딩한 와인이다. 구스본의 또 다른 스파클링 와인인 구스본 브뤼 리저브는 켄트에서 재배한 피노누아만으로 만들어, 영국 피노누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청사과·시트러스의 풍미와 브리오슈, 비스킷의 고소함도 느낄 수 있다. 현재 구스본 와인은 일본항공의 일등석에서도 서비스되고 있을 만큼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