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자연에 다가서는 법, 레티셰 반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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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티셰 반 아시아 태평양시장 총괄 세바스찬 블레틀러
사계절 내내 녹지 않는 만년설과 시리도록 푸른 호수가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스위
스. 스위스의 이 청정 자연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이다. 오랜 역사와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열차를 이용하면 멀찍이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으로 직접 뛰어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특히 레티셰 반은 스위스의 대표적인 철도회사로 꼽힌다. 유럽 북부와 남부를 잇는 베르니나 익스프레스, 알프스의 정점인 체어마트와 마테호른을 가로지른 빙하특급 열차를 운행한다. 레티셰 반은 지난해 12월 한국 사무소를 열고, 한국 여행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시작했다. 레티셰 반에서 아시아 태평양시장 총괄을 맡고 있는 세바스찬 블레틀러가 한국을 찾았다.
레티셰 반을 소개한다면.
스위스는 SBB라는 국영 철도회사 외에 다양한 민간 철도회사가 있다. 그중에서도 레티셰 반은 스위스에서 최대 규모의 철도회사로 1889년 운영을 시작했다. 베르니나 특급열차, 빙하특급열차를 운영하고 있다. 오랜 역사만큼 자랑할 만한 것은 뛰어난 기술력이다. 철도 표준보다 좁게 설계한 레일을 운행하는 구간이 있는데, 험한 산지와 협곡을 자유롭게 운행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레티셰 반만의 독점적인 기술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스위스 철도 역사 175주년을 기념해 2km 길이로 연결해 운행함으로써 세계 최장 길이 열차로 기네스북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운행 구간 중 일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바 있다.
2008년 투시스-생모리츠를 잇는 알불라 라인, 생모리츠-티라노를 잇는 베르니나 라인의 총 122km 구간이 등재되었다. 이 구간에서는 55개의 터널과 196개가 넘는 다리를 통과하면서 경이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알프스산맥이 투명하게 비치는 세 개의 호수를 비롯해 베르니나 단층, 모테라취 빙하, 베르니나 고개가 이어진다.
또 높이 65m의 란트바서 철교를 이동하는 아찔한 경험도 할 수 있다. 이러한 독보적인 자연환경과 함께 조화되는 레티셰 반의 기술력이 높은 평가를 받아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다. 참고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철도는 전 세계에서 단 4곳(스위스·오스트리아·이란·인도)으로 희소성이 높다. 코로나19 기간에 새롭게 단장한 부분이 있다면.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승객을 위해 빙하특급에 엑설런스 클래스를 론칭했다. 빙하특급은 ‘세상에서 가장 느린 특급열차’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체어마트부터 생모리츠까지 이어지는 291km를 8시간 동안 운행한다. 레티셰 반은 고객에게 차별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2016년부터 세계적인 럭셔리 열차 상품에 대한 연구와 분석을 해왔다. 이 상품은 하루에 20석 한정으로 운영하는 서비스로, 승객들은 비행기 1등석과 같은 최고급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일반 열차보다 넉넉한 공간을 갖추고, 모든 좌석에 파노라마 창을 설치해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운행하는 동안에는 특급 셰프가 제공하는 7코스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컨시어지와 퍼스널 가이드가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서 기차 여행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다. 금액은 700스위스프랑(98만 원) 정도다.
또 다보스에서 출발하는 ‘히스토리 열차’도 새롭게 도입했다. 이를 이용하면 1920년대 열차를 재현한 고풍스러운 열차를 타고 자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기차 박물관에서 스위스 기차의 역사를 살펴볼 수도 있고, 열차에서 내려 란트바서 철교를 가까이에서 둘러보는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기차 여행을 즐기는 아시아 여행자들의 특징이 있다면.
스위스의 국내 여행객들은 아름다운 자연에서 하이킹이나 스키를 즐기는 편이다. 반면 아시아 여행자들은 스포츠보다는 ‘하이라이트’ 같은 특별한 볼거리를 선호한다. 또한 여행 코스를 결정하는 데 소셜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온라인상에서 인기 있는 것이나 다른 사람들이 즐기는 것들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가 대표적이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촬영했던 이젤반트는 그전까지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는 조용한 도시였다. 지금은 아시아 여행자들이 줄서서 인증샷을 찍는 명소가 됐다. 한국 여행자들의 스타일을 하나 꼽자면 귀엽고 아기자기한 것들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 같다. 마스코트나 기념품 같은 것들. 그리고 기차 여행에 대한 남다른 향수가 있다. 사이다와 계란으로 상징되는 추억을 떠올리는 것 같다. 이러한 재미있는 요소를 스위스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본사에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기차 여행은 얼마나 효과적인가.
코로나19 이전부터 스위스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해왔다. 스위스에서 기차, 버스, 배, 케이블카로 찾아갈 수 없는 곳은 거의 없을 정도다. 유럽 전역에서도 가장 밀도 높은, 또 정확한 대중교통망으로 인정받는다. 특히 베르니나 특급과 빙하특급을 운행하는 레티셰 반 역시 일찌감치 친환경에 대해 고민해왔다. 2013년부터 기관차와 시설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100%를 수력 발전을 통해 조달한다. 이 밖에도 지속적으로 탄소 저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외부 공기 컨트롤에 사용되는 탄소를 최소화하고, 난방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뒤 이를 재활용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철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들었다. 기차 여행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독립적인 어린이였던 나는 13세에 기차 여행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부모님이 흔쾌히 허락해주신 덕분에 고향인 스위스 루체른에서 독일 함부르크까지 기차를 타고 1박 여행을 떠났다. 그때부터 기차 여행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세계에서도 장거리 노선으로 손꼽히는 러시아와 인도의 기차를 타며 여행하기도 했다.
덜컹이는 기차 안에서 조용하게 풍경을 감상하며 달리는 그 자체가 기차 여행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낭만 아닌가. 한편으로는 명상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에서도 기차를 이용한 적이 있는데, 효율이 극대화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모던한 디자인, 스크린, 충전 콘센트까지…. 편리하지만 여행의 낭만은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위스를 찾아 레티셰 반과 함께 기차 여행만의 낭만과 여유를 느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