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옥산 육백마지기에서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고, 산너미목장에서 멋진 삶을 배운다. 평창강 물줄기 따라 이웃들의 삶을 좇으면 평창, 울림 있는 여행이 완성된다.

흑염소가 사람을 구경하는 산너미목장

강원 평창, 산너미목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흑염소
강원 평창, 산너미목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흑염소
산너미목장 가장 높은 꼭대기, 육십마지기를 향하는 언덕길에 까만 그림자가 우리 일행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물소 같아요. 정말 크네요.” KBS1 교양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에서 보았던 그 야생의 물소처럼 강인한 기운을 뽐내는 흑염소 두 마리는 무리 중에서도 우두머리다.

“사람한테 달려들지는 않나요?” 카메라로 우두머리를 담던 포토그래퍼 실장님도 살짝 겁이 나는 목소리다. “네. 자신의 무리를 지키기 위해서 지켜보고 있는 것뿐이에요. 저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니 새로 오시는 손님들마다 염소랑 눈인사를 하게 되죠.” 아닌 게 아니라 염소들은 인기척이 나면 너무나 빠른 속도로 사라지기 때문에, 가까이 보고자 해도 볼 수가 없다.

여유로워 보이지만 바쁜 삶, 시골라이프를 꿈꾸는 그대에게

창창한 잣나무가 오솔길에 줄을 서 바람을 가두고, 검은 그림자 짙은 숲속에는 이제 갓 태어난 새끼 염소가 마음껏 울음을 운다. 평창에서 나고 자란 임성남 대표는 처음에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한때나마 자신이 벗어나고 싶었던 이곳을 멀리서 찾아와 머무르는 사람들을.

“이 마을에서 산너미목장을 시작한 건 1980년대지만 그보다 훨씬 전, 증조부 때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왔어요. 저희 형제는 유년을 보낸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서 각자 사회생활을 하고 돌아왔어요. 어린 시절에는 몰랐죠. 저희가 이곳을 그리워하게 될 줄은. 도시에서의 삶이 싫다기보다 평창의 진가를 새삼 깨달았던 것 같아요.”
강원 평창 육십마지기를 향하는 언덕길
강원 평창 육십마지기를 향하는 언덕길
강원도 평창은 평균 해발고도가 700m, 이 고도에서 인체의 생체리듬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해서 일찍이 사람도, 동식물도 살기 좋은 곳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임 대표와 함께 30여 분을 올랐을까? ‘육십마지기’라 이름한 목장 정상에서 기자 역시 평창의 숨은 진가를 발견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불안도 욕심도 깊은 뿌리를 내린 나무들 앞에선 작아지고, 산등성이 넘어가는 새의 날갯짓 따라 마음도 평화를 찾아간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일행을 따라왔던 멍멍이 퐁이가 잠시 쉬어가는 줄 아는지 아름드리 소나무 아래서 휴식을 취한다. 도시를 떠나온 형제가 새로운 삶의 비전을 꿈꾸며 가꾸고 있는 산너미목장은 원래 하나의 마을이었다. 한 명, 두 명 마을의 이웃들이 각자의 꿈을 안고 정든 터전을떠났지만 가족들은 그때마다 조금씩 땅을 사들였고, 무수한 돌을 캐내며 목장을 키워나갔다.

뉴스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염려하는 지역균형 발전이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정든 고향을 떠난 이들을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 마을에는 학교가 있고, 학교를 다니는 어린이가 있고, 홀로 된 노인이 젊은이의 도움 을 받고, 젊은이는 노인의 지혜를 구하는, 참된 삶의 순환이 ….

꽃동산도 한 알의 꽃씨에서

강원 평창 산너미 목장 돌탑
강원 평창 산너미 목장 돌탑
정다운 이웃이 하나둘 곁을 떠날 때 산너미목장의 식구들은 뿌리 깊은 나무가 되길 결심했는지도 모르겠다. 땅을 파면 쏟아져나오는 돌들에 한숨 짓는 대신 하나씩 탑을 쌓아올리는 정성으로 목장을 가꿨다. 임 대표는 눈에 띄지 않은 곳에 버려진 작은 쓰레기를 봉지에 담으며 오르막을 올랐다. 처음 방문한 사람들에게는 이 곳을 가꾸는 사람의 내면보다 겉으로 보이는 공간, 그 자체가 더 중요하고 잘 보이기 때문이다.

유행을 따르기보다 고유의 모습을 지키는 것, 고유의 모습을 지키는 데 고집을 세우는 대신 긍정의 요소를 찾는다면 꿈 같은 지역균형발전도 차차 이뤄지리라 믿는다. 산너미목장은 흑염소를 1차 산업으로, 그 안에서 차박 캠핑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고, 여러 매체에 촬영지로도 소개되는 등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평창 남부권 제일 가는 명소 '육백마지기'

강원도 평창 육백마지기
강원도 평창 육백마지기
산너미목장의 육십마지기는 가까이 청옥산 육백마지기에서 따온 이름이다. 평창 남부권에서 제일 가는 명소기도 하다. ‘마지기’는 논·밭의 넓이를 나타내는 단위다. 한 말의 씨앗을 뿌릴 만한 논의 넓이, 수확량으로는 벼 4가마를 수확할 수 있는 면적을 가리킨다.

계산하면, 청옥산의 육백마지기는 600말의 볍씨를 뿌릴 만큼 넓고, 벼 2400가마를 수확할 수 있는 풍요로운 대지임을 그 이름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해발 1256m의 청옥산 꼭대기에 자리한 육백마지기는 1960년대 화전민들이 직접 땅을 개간한 드넓은 평원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고랭지 채소밭이다.

캠핑은 산너미에서, 육백마지기는 차박 X

인공 불빛 하나 없이 높고 넓은 육백마지기에서 멀리 백운산, 정개산, 백덕산, 장암산이 옅고 진한 명암을 머금은 채 제 존재를 드러낸다. 거대한 풍력발전기 너머로 하늘이 분홍색, 붉은색으로 표정을 바꾸는 일몰의 시간이다. 이 아름다운 곳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큰지라 청옥산 육백마지기는 차박 성지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했다.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육백마지기를 가지려 한다면, 조만간 우리가 쉽게 누리는 것들은 여러 단계를 거치거나, 제한을 받게 될 것이다. 현재 청옥산 육백마지기는 입장료도 주차비도 따로 받고 있지 않다. 입장시간의 제한도 없어 어느 계절, 어느 시간이든 자유롭게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려면 보이지 않는 질서와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시장구경을 할까, 패러글라이딩을 할까 / 평창읍

강원 평창 평창읍 전경
강원 평창 평창읍 전경
육백마지기와 산너미목장이 자리한 미탄면에서 평창읍은 차로 30여 분 거리. 군청, 생활복지센터, 시장 등이 자리한 평창읍에서 우리네 이웃들이 살아가는 소소한 삶의 풍경을 엿본다. 평창강을 굽어보며 패러글라이딩 등의 액티비티도 할 수 있고, 걷는 맛이 있는 수변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여행의 즐거움이 또 다르다. 기자는 평창 돌문화체험관에서 노람뜰탐방로, 남산수변데크로, 평창올림픽시장을 순환하는 평창로드를 찬찬히 걸었다.

전국에서 모인 진귀한 수석들이 전시된 평창돌문화체험관 앞에는 지난 2006년 개장한 평창 바위공원이 있어 볼거리가 쏠쏠하다. 체험관 직원분께 여쭤보니 지역 개발 과정에서 수습된 바위들이라고. 공원을 조성할 만큼 바위들의 생김은 가지각색인 데다 거북이, 악어, 돌고래라고 이름을 붙여줄 만큼 형태가 살아 있다.

평창바위공원에서 1박 2일 캠핑도 좋아

평창강을 옆구리에 끼고 있는 평창바위공원은 캠핑을 할 수 있는 사이트도 조성되어 있고, 패러글라이등 활공장이 자리한 장안산도 코앞이다. 파란 하늘을 비행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비 같다. 시내를 관통하는 평창강의 리드미컬한 물소리를 벗 삼아, 남산과 노성산이 병풍처럼 객을 감싸는 평창로드는 안온한 느낌으로 가득하다.
강원 평창군 마스코트 ‘눈동이'
강원 평창군 마스코트 ‘눈동이'
남산수변데크로에서 평창교를 건너면 바로 평창올림픽시장에 닿는다. 평창 하면 메밀을 빼놓을 수 없는지라 장날에는 메밀전, 메밀전병, 감자전 굽는 냄새로 가게마다 객을 유혹한다. 장날은 5, 10, 15, 20, 25, 30일이니 때 맞춰 방문하면 시장 구경이 한층 재밌을 것이다.

여정의 즐거움

마이네임 ‘평창송어’
강원 평창 평창송어식당
강원 평창 평창송어식당
1965년 우리나라 최초로 송어 양식에 성공한 강원도 평창. 전국 송어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주산지이자 송어 맛이 그중 으뜸이라는 겨울에는 ‘평창송어축제’도 열린다. 하나의 고유명사로 자리매김한 '평창송어'는 연중 15℃ 내외의 기온을 유지하는 용천수에서 귀하게 키운다. 선홍빛 빛깔에 쫀득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해 회를 못 먹는 사람도 좋아할 맛이다.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송어길 56

평창올림픽시장의 커피블럭
강원 평창 커피블럭 카페라테
강원 평창 커피블럭 카페라테
상사의 상사의 카드로 카페를 가서, 모두가 아메리카노를 고를 때 “저는 카페라테요”라고 이야기하는 나는야 라테 러버. 커피에 대한 취향이 나름 확고하다면 커피블럭을 추천한다. 평창올림픽시장에 지난 2022년 2월 문을 연 카페는 커피철학이 깊은 원주의 지인이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하는데, 자칫 맹맹할 수 있는 아이스 카페라테도 고소하고 진한 풍미가 인상적이다.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평창중앙로 27-10

여정을 돕는 10pick

남산산림욕장
강원 평창 남산산림욕장
강원 평창 남산산림욕장
평창 시민들의 오랜 사랑을 받아온 남산산림욕장. 평창읍 전체를 휘돌아 흐르는 평창강 제방길을 따라 무장애 수변데크길도 걸어볼 수 있고, 송학루에 올라 일대의 전망도 감상할 수 있다.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상리 산 48-1

노랑뜰탐방로
강원 평창 노람뜰탐방로
강원 평창 노람뜰탐방로
절벽에 세운 길을 잔도라고 하는데, ‘노람뜰탐방로’도 잔도에 가깝다. 장암산과 평창강 사이의 절벽 아래 덱(deck)길을 조성해 강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는 기분이 근사하다.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상리 310-3, 노람뜰탐방로 들머리

산너미목장
강원 평창 산너미목장
강원 평창 산너미목장
일상에 지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캠핑장이자, 흑염소들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산너미목장.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대대손손 공간을 운영하며 우리 지역의 비전과 가치를 전한다.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산너미길 210

평창돌문화체험관
강원 평창 평창돌문화체험관
강원 평창 평창돌문화체험관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수석박물관, 평창돌문화체험관에서 수석의 깊은 역사도 배우고, 국내 수석 애호가들이 기증한 600여 작품을 만난다.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바위공원길 111

장암산활공장
강원 평창 장암산 활공장
강원 평창 장암산 활공장
해발 700m 장암산 정상부에는 ‘장암산 활공장(해피700활공장)’ 이륙장이 자리한다. 백두대간의 수려한 산세와 평창읍, 마을을 굽이쳐 흐르는 평창강을 비행하거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아름답다.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여만길 189-7

청옥산
자작나무가 숲을 이루는 청옥산, 해발 1256m의 정상에 자리한 육백마지기에는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돌아간다. 푸른 잎이 피어나는 봄, 하얀 국화가 피어나는 여름, 일몰의 풍경 등 언제 찾아도 풍광이 으뜸이라 사시사철 수많은 사람이 찾는다.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회동리

평창바위공원
강원도 평창, 평창돌문화체험관
강원도 평창, 평창돌문화체험관
평창강 변에 자리한 노람뜰 일원의 평창바위공원. 금수강산바위, 돌고래바위, 선녀바위, 황소바위라 이름한 거대한 바위들이 자리한다. 캠핑시설을 갖추고 있어 하룻밤 여행을 하기도 좋다.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중리 357

평창송어
한류성 어종인 송어는 15℃ 내외의 찬물, 청정한 1급수에서만 자란다. 서식 환경이 까다로워 양식이 어려웠는데 1965년 강원도 평창에서 첫 양식에 성공했다. 용천수가 풍부한 평창읍 일대에 양식장이 자리해 곳곳에서 평창송어 전문식당을 찾아볼 수 있으니 참고하자.

메밀의 맛
강원 평창 메밀
강원 평창 메밀
우리나라 메밀 주산지 중 하나인 평창에는 곳곳에서 메밀로 만든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오래 씹을수록 그 맛이 살아나는 평창의 메밀. 막국수, 전병, 전, 빵 등 메뉴도 다양하다.

평창올림픽시장
강원 평창 평창올림픽시장
강원 평창 평창올림픽시장
평창버스터미널이 유독 붐비는 날은 바로 옆에 자리한 평창올림픽시장의 장날(매월 끝자리 5, 0)이다. 터미널에서 시장에 들어서는 길목에 제철 먹거리며, 식물과 생필품 등 다양한 노점이 장사진을 이룬다.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평창시장1길 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