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들의 유배지, 북녘까지 3.2km - 교동도에 핀 화개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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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선을 따라 오른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철모를 쓴 군인의 안내에 따라 이름과 연락처, 생년월일을 적은 출입증을 건네고 교동도에 들어선다.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 섬으로서 교동도를 실감한 처음이자 마지막 관문은 2023년 정전 70주년이 도래한 이 땅에서 오히려 흥미롭다.
검문소를 지나 강화군 최북단, 교동도로
북한 황해도 연백군(현 연안군)과 우리나라 강화 사이에 크고 넓게 자리한 교동도. 섬이라고 하지만, 지난 2014년 교동대교가 개통되며 관광지로서도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 강화군 최북단의 교동도에서 북녘의 연백평야까지는 3.2km… 남쪽에서는 이미 져버린 봄꽃들이 이제 막 꽃봉오리를 피운 교동도다. 6월이면 연꽃이 만개해 황홀경을 선사하는 고구저수지 너머로 화개산이 자태를 드러낸다. 해발 269m의 화개산은 교동도의 주산으로, 2023년 5월 화개정원이 개장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주차장에서 정원 입구까지 순환하는 셔틀버스(오픈 카트)는 평일에도 방문객들을 실어 나르느라 분주하다. 교동대교가 개통하기 전에는 교동도 방문이 지금처럼 쉽지 않았다. 강화군 창후리에서 교동도 월선포 사이의 뱃길은 20분에 불과했지만, 조수간만의 차가 큰 탓에 물이 빠지면 배를 돌려 두 배의 시간이 넘게 소요되었다.1950년대는 교동도에서 인천으로 나가는 데 7시간이 걸렸다니 세월의 변화가 엄청나다. 여기에 검문소를 통과하는 것도 지금처럼 간소화되지 않았고, 통제 시간도 존재했다. 현재는 0시부터 04시까지만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해 사실상 출입 제한이 없다고 봐도 무관하다.
교동도에 2023년 5월 개장한 화개정원
역사·문화의 정원, 실향민의 마음을 달래는 향수 정원, 민족 화합을 담은 평화의 정원, 다양한 수목과 식물재료를 이용한 힐링 정원 조성
화개산은 ‘불 화(火), 덮을 개(蓋)’ 자를 쓴다. 산세가 마치 솥뚜껑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이를 상징해 정원 곳곳에는 서로 다른 모양의 솥뚜껑 조형물을 만들어 두었다. 화개산 북쪽 비탈진 지면을 지그재그로 돌아볼 수 있도록 조성한 정원은 입구에서 정상까지 11만㎡ 부지에 5개 테마 정원을 배치했다.
교동도를 대표하는 고구·난정 저수지의 식생과 경관을 담은 물의 정원, 연산군 유배지와 교동읍성 등 역사를 배우는 역사·문화의 정원, 실향민의 마음을 달래는 향수 정원, 민족 화합을 담은 평화의 정원, 다양한 수목과 식물재료를 이용한 힐링 정원이다.교동도의 역사, 자연, 일상, 문화가 어우러지는 화개정원은 마치 ‘교동도’라는 한 권의 백과사전을 압축해놓은 것 같다. 과거 교동은 송도(현 개성), 한양(현 서울)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물살이 거세어 고려시대부터 왕족들의 유배지로도 유명했다. 1211년 고려 21대 왕 희종이 교동으로 유배되었으며, 조선시대에는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 인조의 동생인 능창대군이 유배를 왔으며 재위 12년 폐위당한 연산군은 교동으로 유배 와 두 달 만에 생을 마감했다. 당시 위리안치된 연산군 유배 상황을 재현한 공간과 왕족들의 유배지로서 교동도의 역사를 담은 전시관도 화개정원에서 만나볼 수 있다. 노란색 화개산모노레일에 몸을 싣고 화개정원의 모습을 찬찬히 담는다. 정상의 화개산전망대까지 속도는 느리지만, 급경사를 만나는 구간에서 적잖은 스릴도 느낄 수 있다. 산, 바다, 들을 품에 안은 교동도의 풍광이 눈앞에, 발아래 굽어진다. 20여 분 만에 화개산전망대에 도착하자 거센 바람이 몸을 감싼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은 이렇게 매서운 걸까. 수려한 모양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화개산전망대는 강화의 군조인 저어새를 형상화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인 저어새는 우리나라 서해안에 가장 많이 번식하며, 강화도 해안은 ‘천연기념물-강화갯벌 및 저어새 번식지’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바닥이 유리로 만들어진 스카이워크에 서자 고구저수지와 저 너머 북녘땅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오래전 그날에는 황해도 연안으로 배를 타고 잦은 왕래를 이뤘다는데 지금은 이렇게 가까워도 우주만큼 멀리 떨어져 있다. 화개산전망대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교동망향대 또한 근거리에서 연백평야가 드리운다. 망원경에서는 어딘가로 마실을 가는지, 바쁜 걸음의 북한 주민도 보인다. 교동도의 1세대 원주민은 대부분 고향 땅을 생전에 갈 수 없었던 실향민이다. 이렇듯 눈앞에 고향을 두고도 갈 수 없었던 통한의 세월은 교동도의 역사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시간이 멈춘 듯, 대룡시장의 감성과 교동도의 정서
6·25전쟁 당시 수많은 피란민이 교동도로 유입되었다. 교동도 최북단인 망향대에서 연백평야는 직선거리로 3km, 막는 것만 없다면 그곳까지 하루, 반나절, 아니 한 시간도 걸리지 않을 거리다. 잠깐 몸을 피하면 될 것이라 여겼을 것이다. 황해도 연백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은 교동도 대룡리에 마을을 이뤘고, 자연스럽게 시장도 형성되었다. 오늘날 세대를 불문하고 수많은 사람이 관광명소로 찾는 대룡시장이다. 1960~1970년대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시장은 세대를 불문, 복고풍 매력을 찾아온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1세대 실향민은 대부분 돌아가시고 그 후손들이 어버이의 터전을 물려받아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대룡시장에서 강화의 특산물인 순무로 만든 김치도 맛보고, 청계알을 띄운 오래된 다방에서 쌍화차도 맛본다. 시장 골목은 성인 2~3명이 마주 오면 조금씩 자리를 양보하면 좋을 만한 폭에 전체 길이가 400m로 크진 않지만 차양을 두른 낮은 건물들이 오밀조밀해 보는 재미, 먹는 재미가 있다. 대룡시장을 방문할 때는 남동쪽 출입구에 자리한 공용주차장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이곳에는 관광안내센터 역할을 하는 교동제비집과 파마스마켓이 위치한다. 농기구 수리 창고를 개조한 파머스마켓에서는 기름병 밀크티로 잘 알려진 교동밀크티를 비롯해 마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로컬 제품도 구매할 수 있다. 시장에서 대각선 거리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촬영지인 교동초등학교도 자리한다. 1913년 첫 번째 졸업생을 배출한 유서 깊은 학교다.여정의 즐거움
연안정육점식당교동초등학교에서 대룡시장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자리한다. 황해도 연백군(현 연안군) 출신 최수재 사장이 1대 사장으로 그의 아들 에서, 아들로 3대째 식당을 운영하는 백년가 게이기도 하다. 신선하고 질 좋은 한우, 돼지 고기도 사갈 수 있고, 감칠맛 나고 푸짐한 식 사도 즐길 수 있다. 인천 강화군 교동면 대룡안길54번길 44-10
강만장
‘안라무복’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다면 당신은 바이크 라이더?! “안전한 라이 딩, 무사복귀라는 뜻이에요.” 턱수염이 멋진 강만장 사장님이 수준급의 핫초코와 히비스커스레몬티를 내어주며 친절한 설명도 덧붙인다. 아웃도어 라이프를 꿈꾼 다면 캠핑, 바이크 소품으로 가득한 카페는 별천지일 것이다. 인천 강화군 교동면 대룡안길54번길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