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으로 떠난 세종에서 꽉 채운 하루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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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부터 호수공원까지 여유와 분위기 넘치는 세종 나들이
한글사랑 세종책문화센터서 책 제작도 가능
도심 속 식물테마파크, 국립세종수목원
‘식물덕후’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일하는 국립세종수목원은 21세기 대한민국의 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보전하는 국가 시설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열대·지중해 온실과 200여 점의 분재가 있는 분재원을 비롯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연구까지 한데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온실부터 분재원, 야생화원, 어린이정원 등 족히 1~2시간을 돌아야 수목원의 면면을 볼 수 있어 도심 속 식물테마파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외관부터 위풍당당함을 보이는 온실은 이색적인 식물들로 보는 눈을 즐겁게 한다.
푸르게 우거진 숲을 방불케 하는 온실에는 이를 한눈에 관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으며, 열대온실과 지중해온실로 나누어 각각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계절전시온실과 조금 떨어진 분재원은 한국 전통미를 살린 고풍스러운 한옥에 꾸려져 있다. 200여 점이 넘는 분재는 기이하고 신기할 정도로 아름다우며 분재의 세계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세종시 연기면 수목원로 136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한글사랑 세종책문화센터
세종이라는 도시 이름에 걸맞은 새로운 공간이 시청에 마련됐다. 이름하여 ‘한글사랑 세종책문화센터’. 이곳은 실제 공공청사, 그러니까 세종시 청사 안 4층에 마련된 공간으로 공무원들이 일하는 사무실과 맞닿아 있다.출입조차 불편했던 시청사의 중정에 시민을 위한 공간이 널찍하게 들어선 거다. 사방을 빼곡하게 채운 책들 가운데에는 훈민정음해례본, 말모이 사전 등 한글의 역사와 기록에 관한 책들도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 시민들은 여유롭게 책을 읽고 즐길 수 있으며, 대여도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청사 1층에는 출판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시민이 직접 책 제작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작은 인쇄기가 아닌 전문 인쇄소에서나 볼 수 있는 디지털 인쇄기와 코팅, 제본기까지 전부 갖춰져 있다.
더불어 추후에는 오디오북 제작까지 가능토록 시설을 준비 중이라고 하니 독립출판을 꿈꾸는 세종 시민이라면 이곳에서 자신이 책을 만들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갖는 거다.
▶세종시 한누리대로 2130
소박하고 정갈한 백반, 고씨네 집
새로이 태어난 도시답게 세종시의 맛집은 저마다 번쩍번쩍하다. 트렌디하거나 주상복합 건물 1층에 들어서 있거나. 그마저도 체인점이 대부분이라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고씨네 집은 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도 열심히 따라가고픈 노포였다.식당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간판도 외관도 허름했지만 점심시간을 앞두고 하나둘 식당 주변으로 몰려오는 차들을 보고 식당으로 서둘러 들어섰다. 특별할 것 없는 메뉴와 가격이었지만 이미 식당 안에는 손님이 가득했다.
주인장의 정갈한 손맛이 깃든 한 상 차림과 갖가지 담백한 반찬이 식욕을 불러일으켰다. “반찬이 모자라면 얼마든지 말해요, 더 드릴 테니.” 밥상과 함께 친절한 인사를 건네받은 후 음식 사진을 찍어 대자 주인장은 본인이 카메라 앞에 선 듯 연신 부끄러워했다.
착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 따뜻한 주인의 마음까지. 왜 시내에 많은 음식점들을 놔두고 이리도 소박한 음식을 찾아 모두들 이곳으로 오는지 알 것 같았다.
▶세종시 금남면 도남2길 47
여유와 멋스러움 한 데 품은 세종호수공원
세종호수공원의 총 면적은 69만8004㎡로 호수 크기는 32만8800㎡란다. 거기에 산책로는 8.6km, 자전거도로는 4.7km. 그야말로 크다. 세종시를 몰랐어도 세종호수공원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었던 터라 기대감이 있었다.덱으로 조성된 산책로와 습지와 연꽃 등 구역별로 테마를 나눠 꾸린 공원, 무대와 객석이 있어 공연을 할 수 있는 인공 섬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공원 한편 해변을 방불케 하는 모래사장이 눈길을 끌었다. 150m 길이의 모래사장에는 아이들을 위한 모래놀이 도구부터 여러 개의 선베드, 파라솔까지 구비되어 있어 도심 속 해변을 그대로 재현했다.
호수공원의 여러 시설도 눈요기가 됐지만 호수 공원 중심으로 이어진 작은 테마공원과 국립세종도서관, 컨벤션센터, 대통령 기록관 등 다양한 문화공간이 한데 모여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공원과 공원을 둘러싼 모든 시설이 세종 시민에게 산책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자 세종의 문화를 이끄는 역할을 하는 셈인 거다.
한 시간 남짓 공원을 돌며 공원이 주는 풍경을 찬찬히 살펴보다 언뜻 세종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호수 중앙 세호교에서 내려다본 호수에 비친 세종시의 마천루는 그야말로 세종시를 대변하는 모양새였다. 신도시가 주는 여유와 멋스러움, 바로 이 한 컷이 아닌가 싶다.
▶세종시 연기면 호수공원길 155
고복저수지 물길을 따라, 산장가든
도신고복로를 따라 고복자연공원으로 가는 길에 세종 시민들 사이에서도 꽤나 유명하다는 음식점을 찾았다. 세종시의 맛집으로 추천받아 찾은 이곳은 도로에 세워진 간판에 쓰여 있듯 ‘참나무 숯불돼지갈비’가 주 메뉴다.이 식당은 1993년 문을 연 이래 양념돼지갈비 단일 메뉴만을 판매하고 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삼삼오오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꽤나 많아 번호를 받고, 입장을 기다려야했다. 갖은 밑반찬에 시원한 동치미가 상 위에 올라왔다.
그런데 여느 숯불갈비집과 달리 식당 안에는 자욱한 연기도, 숯을 피우는 사람도 보이질 않았다. 잠시 후 숯에 적당히 그을려 잘 익은 고기가 커다란 놋그릇에 담겨 나오자 그 의문이 풀렸다. 달달하고 부드러운 감칠맛을 머금은 돼지갈비가 수목원과 호수공원을 걷느라 허기진 배를 달래주었다.
연기 없이 숯불돼지갈비를 맛볼 수 있어 간편하긴 했지만 무엇보다 입 안의 달달함을 말끔하게 날려주는 시원한 동치미가 일품이다. 이 동치미는 주인장이 직접 기른 무로 담근다고.
▶세종시 연서면 도신고복로 1131-7
커플들의 비밀 데이트 장소, 고복자연공원
세종 시가지를 좀 벗어나 30분 정도 도봉산 방면으로 내달리면 도로를 따라 월하천이 보인다. 그 물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연서면 고복리와 용암리에 걸쳐 고복저수지가 있다.고복거수지는 수변덱을 깔아놓은 산책로와 운치있는 전망대, 무성한 나무가 주변 도로에 있어 드라이브하기 좋다.
고요한 새벽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해가 뜨면 물결이 반짝이며, 저녁에는 LED 불빛과 함께 색색의 야경을 선보인다. 시시때때로 고아한 정취를 선보이는 탓에 실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세종시 연서면 고복리 580-2
세종에서 제주 정취를, 제주도화
세종시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고복저수지 부근의 카페다. 제주를 똑 닮은 외관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주에서나 볼 법한 노란 빛깔의 제주 전통 초가와 돌하르방이 먼저 반겼다.‘딸랑~’ 문 종소리를 내고 들어서니 외관만큼이나 정겨운 모양새였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소리가 나는 원목마루에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커다랗고 낮은 창, 제주 돌담을 쌓아서 만든 것 같은 긴 테이블까지.
그리고 직접 담근 여러 가지의 수제 청과 수제 케이크, 싱싱한 계절 과일이 냉장고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데이트로 유명한 이 근방을 평일 낮에 찾으니 카페 안은 한산했다. 그런데 빈자리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가까이 가보니 깊은 낮잠에 빠진 고양이. 이 친구 말고도 여기저기 고양이들이 더 있었다. 아마 마음씨 좋은 주인장이 길고양이들을 내치지 못하고 자리까지 내어준 듯하다. 덕분에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포실한 몸매로 늘어지게 잠을 청하고 있었다.
시원한 커피와 불어오는 바람, 옆자리 쌔근거리며 잠들어 있는 고양이를 보면 서 잠시 한가로움을 즐기니 세종이 아닌 제주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세종시 연서면 와룡로 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