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신들이 떠나온 고향 K-아일랜드 ; 홍도와 흑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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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신일지도 모른다. 길을 잃은 개와 고양이, 수족관의 물고기, 담벼락에 핀 민들레, 손톱만한 개미에게 이토록 크나큰 인간이 어찌 신이 아닐 수 있을까? 삶의 태도로 제 삶을 구원하고 때론 파괴할 수도 있는 인간이 어찌 신이 아니란 말인가.
태곳적 심연을 유람하는 홍도

출렁출렁, 출렁이는 홍도 유람선에 바짝 몸을 의지한 채 태곳적 심연 속에 뿌리내린 바위들을 바라보았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듯 바위섬에 뚫린 구멍으로 바닷물은 연신 푸른 숨을 토해 뱉는다.
생물, 사물, 현상에서 끌어온 기암괴석의 이름은 어울렁더울렁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숙명을 읽게 한다. 유람선 안의 모두가 감탄사를 연발하며 홍도의 비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떠나왔지만 애초에 떠나온 곳은 마냥 여기인 것만 같다.

다시 또 오면 되지, 금방 또 만나면 되지. 그런 약속이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휴대전화에 풍경과 풍경 속의 자신을 남기고, 또 남기느라 유람선의 열기는 2시간여 동안 쉬 가라앉지 않는다.

“홍도가 목포에서는 133.2km, 흑산도에서는 22km 떨어져 있고, 해안선의 길이는 20.8km에 이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으로 천연기념물이지요. 해가 질 때 홍도는 섬 전체가 붉게 보인다고 해서 붉을 홍(紅), 섬 도(島) 자를 써서 홍도라고 한답니다.



7월에는 홍도원추리꽃 축제가 열린다. 그때가 되면 바닷물은 더욱 투명하고 파란색이 되는데, 바위섬 위로 노란색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그 모습 또한 장관이다.
홍도와 필수코스, 흑산도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홍도로 가는 배는 하루 2회, 2시간 30분 걸린다. 홍도에서 흑산도까지는 30분이 소요된다. 뱃길 따라 반 시간이지만 흑산도와 홍도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흑산도 권역에 홍도를 비롯해 다물도, 대둔도, 영산도, 가거도가 흑산군도를 이루니 홍도에게 흑산도는 어버이 같은 섬이라고 할 수 있다. 승선표를 끊을 때도 흑산도는 대흑산도로 표기된다.



쾌속선에서 사람들이 타고 내릴 때도, 일주대로 높다란 12굽이길 언덕에도 흘러나오는 이 노래는 엘리제의 여왕, 가수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다. 1965년 영화 <흑산도 아가씨>의 배경음악으로 흑산도가 인구에 회자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덕분에 흑산도에서 이미자 선생의 인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홍도에서 먹고 자고 - 민박집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인 홍도에서는 집 하 나 고치는 것도 큰일이 된다. 도심에서는 모텔, 호텔 등이 흔하지만 홍도에서는 민박집이 대표적인 숙박시설이다. 특히 개별 여행객이라면 홍도에 오기 전 민박집을 예약하는 건 필수 중의 필수. 먹고 자는 그 모든 것을 한곳에서 해결하기 때문이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1길 10-2, 섬사랑횟집
흑산도에서 먹고 자고 - 호텔&홍탁
잠자리에 특히나 예민한 여행객이라면 흑산문화관광호텔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객실은 침대가 있는 2인실부터 한실, 패밀리룸까지 다양하고 펜션도 운영한다. 펜션 바로 옆에는 2019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흑산성당이 자리해 천주교와 관련한 흑산도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밤바다의 노래를 자장가 삼아 숙면을 취한 뒤에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맛있는 조식까지 음미하자. 숙박객을 위해 흑산도항여객터미널까지 차량 운행도 하니 마지막 서비스까지 완벽하다.
흑산도에 와서 아니 맛볼 수 없는 것이 홍탁이다. 흑산도항여객터미널 일대에 흑산시장과 전문식당이 있어 어딜 들어가든 맛은 보장이다. 여행객들은 주로 삭힌 흑산도 홍어를 맛보길 원하기에 사시사철 진귀한 맛을 볼 수 있다. 사장님이 직접 만든 걸쭉한 탁주에 그 이름도 유명한 흑산도 홍어 한 점, 버킷리스트를 채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