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는 청정한 자연과 멋들어진 풍광으로 여행객에게 인기가 높은 곳이다. 스위스 여행객의 8할은 알프스를 빼놓지 않고 들른다. 하지만 누구나 볼 수 있는, 남들과 똑같은 스위스 여행이 싫다면? 이른 새벽에만 볼 수 있는 황금빛 마터호른을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스위스 마테호른
스위스 마테호른
황금빛 마터호른은 특별히 ‘골든호른’으로 불린다. 이른 새벽 일출이 시작되면 마터호른 봉우리가 꼭대기부터 햇살을 한껏 머금으며 황금빛으로 물든다. 이때 마터호른을 부르는 별칭이 바로 골든호른이다.

마터호른은 BBC가 선정한 ‘죽기 전에 가봐야 할 50곳’에 포함될 만큼 유명한 알프스의 봉우리다. 하지만 골든호른을 제대로 보기 위한 여정은 쉽지 않다. 수시로 변하는 변덕스러운 산악 기후 때문에 여행객들 사이에는 삼 대가 덕을 쌓아야 마터호른의 꼭대기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평생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를 스위스 여행에서 골든호른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떠난다면 못내 섭섭함이 남을 것이다. 이렇듯 귀한 골든호른을 만나기 위한 여정은 다음과 같다.
스위스 체르마트 마을
스위스 체르마트 마을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고산지대가 시작되는 지점에 위치한 마을 체어마트를 거치게 된다. 여기에서 선택지는 두 가지다. 체어마트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해발 3089m의 고르너그라트역까지 올라가 그곳의 전망대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새벽에 일출을 보는 방법, 그리고 체어마트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해뜨기 전 수네가에 올라가 호숫가에서 골든호른을 기다리는 방법이다.

손에 잡힐 듯 가까이서 골든호른을 보고 싶다면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에 올라 1박을 보내는 것을 추천한다. 고르너그라트에서 골든호른을 만나기 위해서는 산악열차를 이용해야 한다. 체어마트 마을은 해발 1605m에 위치한 고산 마을인 데다, 고르너그라트역은 해발 3089m에 위치해 경사가 매우 가파르다. 자동차나 일반 열차로는 이곳을 오를 수가 없다. 그래서 선로사이에 톱니바퀴가 추가된 특별한 산악열차가 운행된다.

이 특별한 열차는 시속 20~30km로 느리게 움직인다. 한국인이라면 답답할 수 있지만 느린 속도 덕분에 열차가 목적지를 향하는 동안 특별한 경험이 가능하다. 차창 너머로 하이디가 뛰어놀 것 같은 아름다운 초지는 물론, 4478m에 달하는 마터호른의 동쪽 벽과 알프스의 다양한 산봉우리들을 눈에 담을 수 있다. 한 가지 팁을 더하자면 열차가 운행하는 오른쪽 의자에 앉아야 이 장관들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스위스 고르노그라트 전망대
스위스 고르노그라트 전망대
고르너그라트 전망대 호텔은 과거 전망대 시설을 리모델링한 만큼 해발 3100m 높이에 위치해 있다. 덕분에 조금만 걸어도 전망대에 다다르는데, 이는 옷만 두툼하게 껴입는다면 침대에서 나오자마자 곧바로 골든호른을 감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곳에서는 알프스에서 두 번째로 길다는 고르너빙하(Gorner Glacier)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고르너그라트역에서 다시 체어마트 마을로 열차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 로텐보덴이나 리펠베르그에서 내려 간단한 하이킹을 하며 거울처럼 투명한 리펠제 호수에 비친 마터호른을 감상하는 것도 여행의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는 포인트다.

고르너그라트 전망대까지 오르지 않아도 골든호른을 감상할 수 있다. 체어마트 마을에 머물며 이른 새벽 푸니쿨라를 타고 수네가까지 올라가 호수에서 골든호른을 감상하는 방법이다. 전망대에서 보는 것만큼 가깝지는 않지만, 골든호른으로 변하는 마터호른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조망을 하기에는 오히려 좋다. 마치 한 걸음 떨어져서 봐야 숲이 제대로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호수에 비친 골든호른을 확인하고, 인생샷을 남기는 특별한 경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하지만 이른 새벽에는 푸니쿨라가 운행하지 않기에 개별 여행객들은 트레킹을 하면서 올라가거나 따로 교통수단을 구해야만 한다. 체어마트의 해발 고도(1605m)와 수네가의 해발 고도(2288m)를 고려하면, 이른 새벽 관악산(632m)을 꼬박 등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히 패키지여행을 통해 이른 새벽에도 전용 푸니쿨라를 타고 수네가에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여행에 참고하길.

수네가의 매력이라면 슈텔리제, 그린드예, 라이제, 무스지제, 그륀제 등 저마다 다른 개성의 호수들을 볼 수 있다는 것. 이 호수에서는 마터호른이 잘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골든호른이 만들어졌을 때 호수에 투영된 골든호른까지 볼 수 있어 ‘수네가 5대 호수, SNS 성지’로도 불린다. 거울과 같이 투명한 라이제 호수와 확 트인 슈텔리제 호수가 특히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소다. 새벽녘 수네가 호숫가는 여름에도 기온이 뚝 떨어져 쌀쌀하므로 담요를 챙기거나 옷 채비를 단단히 할 필요가 있다.

서서히 밝아오는 여명 아래 거울처럼 투명한 라이제 호수 주변을 잠시 산책하면 어느새 하늘에서 소스가 내려와 찍히듯 마터호른 꼭대기부터 서서히 주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그 빛은 점차 산봉우리에서 산마루까지 내려오면서 점점 더 밝아져 황금빛으로 변해간다. 그 영롱한 황금빛에 취해 있다 보면 어느새 마터호른 전체가 황금빛이 되면서 주변이 깨어난다. 이제 또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날 아침이 밝아온 것이다.

최근 스위스도 지구온난화의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마터호른을 비롯한 알프스 여러 곳의 만년설이 녹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오래오래 이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알프스, 마터호른의 모습을 볼 수 있길 빌어본다.

골들호른을 두 눈으로 보고 싶다면
골든호른은 귀한 풍경인 만큼 만나기가 까다롭다. 일출 시간에 맞춰 마터호른에 올라야 하는데 개인 여행객이 찾아가기가 녹록지 않기 때문. 이럴 때는 패키지 상품의 도움을 받아보자.

패키지는 골든호른을 관람하기에 최적의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여행객은 체어마트 마을에서 1박을 하고, 일출 시간에 맞춰 여행사 전용으로 대관한 케이블카 혹은 푸니쿨라를 탑승하게 된다. 덕분에 조용한 호수 주변에서 단독으로 골든호른 감상이 가능하다.

겨울에는 전용 푸니쿨라를 타고 수네가에 올라가 별 보기 투어도 진행한다. 마터호른뿐만 아니라 산악열차를 타고 알프스의 여왕이라불리는 ‘리기산’도 오른다. 산 정상에 올라 정찬을 맛보며, 수많은 사람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알프스를 바라보며 즐기는 스파 프로그램이 포함돼 알프스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