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휴식을 느끼고 싶다면, 한여름의 무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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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의 겨울은 활기로 넘친다.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기 때문. 그러니 호젓하게 ‘나만의 무주’를 만끽하고 싶다면 여름이 적기다. 수억 년 전 세월을 가진 암석과 오늘 태어난 듯 싱싱한 푸르름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휴식을 선사한다.
첩첩이 쌓인 초록의 향연
개개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감을 찾는 ‘퍼스널 컬러’ 테스트. 무주의 퍼스널 컬러를 찾는다면 초록이라고 답하겠다. 특히 여름에는 무주의 곳곳이 저마다 다른 초록색으로 빛나기 때문이다. 무주의 명산, 덕유산이 대표적이다.소백산과 지리산의 이음새 자리에 위치한 덕유산은 해발 1614m로 남한에서 네 번째 높이를 자랑한다. 곤돌라가 설치된 덕분에 힘을 들이지 않고도 해발 1525m의 설천봉까지 오를 수 있는데, 오르는 길 내내 발 아래로 초록 카펫을 펼쳐놓은 듯 하다. 설천봉에 서면 영남·호남의 산맥이 첩첩이 쌓인 풍경이 마치 산수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옥황상제가 제사를 지내던 곳이라는 전설이 의심되지 않을 정도의 신비로운 풍경이다. 도심에서의 일상에 지쳐 자연의 충전이 필요하다면 향로산자연휴양림이 좋은 선택이다. 향로산 기슭에 한 채씩 숨어 있는 오두막에서의 휴식은 초록빛 생명력을 충전하는 시간이 된다. 해발 600m의 향로봉에 오르면 소담한 무주의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상서로운 기운 가득하니
절경을 만나는 길은 역시 쉽지가 않다. 굽이굽이 끝없는 길을 따라 적상산을 오르다 보면 드는 생각이다. 적상산은 해발 1000여 m에 불과하지만, 산세가 만만치 않다. 가파르고 좁은 커브길 때문에 버스는 출입을 금지할 정도다. 그러나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을 30분 정도 올라가 마침내 적상산 전망대에 오르면 고생이 보상을 받는 듯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소백산맥과 덕유산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경이 ‘한국 100경’에 꼽힌 이유를 납득하게 만든다. 산 정상부에 갑자기 너른 호수가 펼쳐지는 것도 이색적이다. 이는 해발 800m의 적상호는 양수 발전소에 필요한 물을 담아두기 위해 만든 댐이다. 호수 주변으로는 호국의 역사를 간직한 유적이 있다. 지금은 일부만 남아 있는 적상산성은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의 국경지대에 축성되어, 국난이 있을 때마다 백성의 피난처가 되어준 곳이다. 조선시대에 <조선왕조실록>을 지켰던 적상산 사고, ‘나라를 평안하게 해주는 사찰’이라는 이름을 가진 안국사도 이곳에 자리한다. 안국사는 삼재(三災)도 없애준다는 상서로운 절이기도 하다. 가을에 이곳을 찾는다면 적상산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층암절벽 주변으로 단풍이 물든 풍경이 마치 붉은 치마처럼 보인다고 해서 적상산이라는 이름이 붙었기 때문. 어느 계절이든, 서둘러 정상으로 향하기보다 커브 하나를 천천히 둘러보며 올라보자. 천일폭포, 송대폭포, 장도바위, 안렴대 등 곳곳의 보물 같은 명소가 숨겨져 있으니.33개의 경이로운 풍경
구천동 계곡의 힘차게 몰아치는 물줄기를 보노라면 직접 바짓단을 걷고 계곡에 들어가지 않아도 더위가 가시는 것 같다. 그 정점을 느낄 수 있는 곳이 구천동 33경이다. 약 25km에 기암괴석과 원시림 사이를 지나 흐르는 맑은 계곡이 이어진다. 그 시작점은 나제통문이다. 거대한 바위산을 가로지르는 작은 굴은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의 국경이었다고 전해진다. 이 석굴 문을 경계로 동쪽은 신라, 서쪽은 백제로 나뉘었는데 언어와 풍습 또한 달라졌다는 것이 재미있다. 동쪽인 무풍면은 경상권의 방언과 풍습을, 서쪽인 설천면은 전라권의 말씨와 전라·충청권의 생활풍습을 따른다. 무주의 ‘화개장터’인 셈이다. 1경 나제통문에서 33경 덕유산 향적봉까지는 기암괴석과 소(沼)가 시선을 빼앗는다. 청금대, 은구암, 수심대, 구월담 등 저마다 다른 절경을 자랑하는 명소가 줄을 잇는다. 이곳의 암석은 20억 년 전 퇴적작용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니, 그야말로 억겁의 시간을 거치며 자연이 탄생시킨 작품인 셈이다. 지금은 환경부가 국가지질공원 지질 명소로 지정해 자연이 만든 작품을 보호하고 있다. 태권도원서울 월드컵경기장 10배에 이르는 드넓은 공간에서 태권도의 모든 것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다. 상설 공연과 태권도박물관은 빠뜨리면 안 되는 볼거리. 상설 공연은 팬데믹으로 힘든 나날을 태권도를 통해 이겨낸다는 성장스토리로, 태권도의 화려한 기술이 국악과 어우러져 펼쳐진다. 태권도박물관에서는 고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태권도와 관련된 유물 50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설천면 무설로 1482
반디랜드
천연기념물이자 환경지표종인 반딧불이. 반디랜드는 반딧불이를 비롯해 전 세계의 다양한 곤충을 전시함으로써, 생태계를 공부하고 생물의 다양성, 자연 보존의 중요함을 익힐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생태 온실에서는 사계절 내내 꽃이 피는 200여 종의 식물을 만날 수 있고, 아쿠아존에서는 덕유산 최상류부터 금강 하구까지 사는 각각의 물고기와 수달, 열대어 등을 만날 수 있다. 설천면 무설로 1324
머루와인동굴
구불구불 끝없는 커브가 이어지는 적상산 등반 중 잠시 쉬어갈 만한 곳. 무주의 머루는 열매가 단단하고 달콤하기로 유명하다. 덕분에 와인으로 만들면 포도 못지않게 향긋하고 진한 맛을 자랑한다. 머루와인의 맛이 궁금하다면 이곳을 찾아보자. 무주의 머루로 와인을 생산하는 여러 양조장의 와인을 맛볼 수 있고, 와인 족욕도 즐길 수 있다. 적상면 산성로 359
전북제사1970
양잠은 1970~1980년대 무주의 주요 먹거리 산업 중 하나였다. 당시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는 제사(製絲) 작업을 진행하던 제사공장이 카페로 새롭게 태어났다. 외벽을 둘러싼 넝쿨식물이나 손때가 묻은 소품 등 세월이 멋스럽게 내려앉은 카페에서 5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무주읍 무설로 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