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뚱어만 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요.” 생태탐방로를 따라 걷는 길, 황금빛으로 넘실대는 갈대와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갯벌에 작은 생명체들이 눈에 띈다. 걷기를 이내 멈추고 몸을 잔뜩 수그린 채 갯벌을 응시하자 처음에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던 생명체들의 움직임이 관찰된다.

생물도, 사람도 반하고 마는 강진만생태공원

이것은 짱뚱어. 큰 녀석은 어른 손바닥만 한 길이고 손가락 길이만큼 작은 새끼들도 보인다. 일반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 미남미녀 기준에 속하는 외모는 아니지만 기자의 눈에는 한없이 사랑스럽다. 두 눈은 튀어나올 듯 부리부리하고, 머리부터 몸통은 둥글고 투실투실, 꼬리 부분에서 급격히 가늘어진다. 올챙이 같달까.
강진만생태공원에 사는 짱뚱어./사진=이효태
강진만생태공원에 사는 짱뚱어./사진=이효태
눈만큼이나 귀여운 건 가슴지느러미다. 좌우로 난 작은 지느러미를 지지대 삼아 갯벌 위를 미끄러지듯 활보하고,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 나타나면 등지느러미를 위로 바짝 치켜 몸을 키운다. 오늘날 어류백과사전이라 불리는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짱뚱어가 소개됐는데, 눈이 튀어나온 모양을 두고 철목어(凸目魚), 서유구는 <임원경제지>에 탄도어(彈塗魚)라고 기록했다.

갯벌 위에서 상대를 향해 빠르게 튀어나가거나 높이뛰기(점프)를 하는 모양을 빗댄 것으로 추측된다. 짱뚱어는 강진만생태공원에서 살아가는 생물 중 하나로 동면을 하는 생선으로도 유명하다.
강진만생태공원에 사는 짱뚱어./사진=이효태
강진만생태공원에 사는 짱뚱어./사진=이효태
전남 장흥군에서 흘러온 탐진강이 강진만과 만나는 기수역에 강진만생태공원이 형성되어 있다. 기수역이란 강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을 가리키는데 다양하고 독특한 생물군이 서식할 수 있는 자연환경을 지닌다.
남포호전망대에 오르면 강진만생태공원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사진=이효태
남포호전망대에 오르면 강진만생태공원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사진=이효태
강진만생태공원은 둑이 없는 열린 하구로 산지, 농경지, 소하천 등이 하구 습지에 인접해 식물, 조류, 포유류 등에 이르는 1131종의 생물이 서식한다. 갯벌 면적은 26.2㎢에 이르며, 그 안의 갈대 군락지만 66만1157㎡로 축구장 면적의 90배가 넘는 규모다. 그러니 강진만생태공원에 방문한다면 반나절 정도는 여유롭게 시간을 빼두는 것이 좋다.
남포호전망대에 오르면 강진만생태공원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사진=이효태
남포호전망대에 오르면 강진만생태공원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사진=이효태
길이 4km에 다다르는 생태탐방로에 발걸음 소리마저 잔잔하게 걷다 보면 붉은발말똥게도 발견하고 노랑부리저어새, 수달과도 눈이 마주칠지 모른다. 농부의 들판은 수확을 앞둔 진노랑. 그 위에 여운을 남기듯 한들거리는 코스모스는 흰색, 연분홍, 진분홍으로 계절에 색을 더한다.

동백나무 숲길 따라 다산과 초의의 우정

다산초당에서 백련사 가는 길목에 15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숲을 이룬다./사진=이효태
다산초당에서 백련사 가는 길목에 15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숲을 이룬다./사진=이효태
백련사 일주문 가는 길에 1500여 그루에 달하는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룬 큰 숲이 있다. 한겨울에도 동백나무 이파리는 두툼하고 윤기 나는 초록.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열, 수십 개로 뻗어난 가지들은 살아온 이야기처럼 굵고 거침없다.
초의선사와 다산의 인연이 서려 있는 백련사./사진=이효태
초의선사와 다산의 인연이 서려 있는 백련사./사진=이효태
전남 강진은 다산 정약용이 18년간 유배생활을 한 지역이다. 백련사는 그가 은거한 다산초당과 아주 가깝고, 이 동백나무 숲은 다산이 백련사의 초의선사와 함께 걸었던 길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초의는 다산보다 24세나 어렸지만 두 사람은 학식을 교류하고 우정을 쌓았다. 초의는 다도의 달인으로 정평이 난 인물로, 다산이 호에 차 다(茶)를 쓸 만큼 차를 사랑한 데는 초의의 영향이 컸다고 알려져 있다. 다산은 백련사의 승려들과 협업하여 <만덕사지>를 편찬하기도 했다.
사진=이효태
사진=이효태
만덕사는 백련사의 옛 이름으로 839년 만덕산에 세울 당시의 이름이다. 고려말에는 원묘국사 요세(1163∼1245)의 결사처(불교의 혁신운동)로서, 조선시대에도 많은 승려가 수행했다. 초의의 권유가 있었을까? 자발적인 호기심이자 책임감이었을까? 백련사의 역사서이기도 한 <만덕사지>를 통해 백련결사의 도량이었고, 어떠한 장인이 중수에 참여했는지 등 백련사의 이모저모를 소상히 알 수 있다.
사진=이효태
사진=이효태
백련사에서 북쪽으로 25km를 거슬러 올라가면 다산과 인연이 있는 또 하나의 명소를 만날 수 있다. 다산은 1812년 초의선사, 제자들과 함께 월출산을 등반하고 백운동 원림에 들러 하룻밤을 유숙했다.
사진=이효태
사진=이효태
백운동 원림은 조선 중기 처사 이담로(1627∼1701)가 조성해 은거했던 별서 정원으로, 하룻밤의 시간이지만 다산에게 강렬한 기억을 심어주었다. 그는 초의에게 ‘백운동도’를 그리게 하고 서시와 발문, 백운동 12경 등을 시와 그림으로 담은 <백운첩>을 남겼다. 다산의 애틋한 마음이 만든 시첩 덕분에 백운동 원림은 그때 그 모습으로 복원되어 오늘의 객을 맞이한다.

53주 6진을 총괄한 육군의 총지휘부, 전라병영성의 복원

사진=이효태
사진=이효태
전라병영성은 조선 1417년(태종 17)에 초대 병마도절제사 마천목 장군이 축조하여 1895년(고종 32) 갑오경장까지 조선왕조 500년간 전라도와 제주도를 포함한 53주 6진을 총괄한 육군의 총지휘부였다.

1997년 사적으로 지정됨에 따라 강진군은 소실된 건물, 유적의 복원 정비 사업을 실시했다. 성곽의 길이가 1060m, 높이가 3.5m로 웅장한 멋을 드러내는 전라병영성은 현재 성문, 성벽의 복원을 완료했고 2029년까지 성 내부 건물과 외부 해자, 함정 등을 복원할 예정이다.
아름드리 소나무와 2층 누각으로 이뤄진 전라병영성의 성문이 아름답다./사진=이효태
아름드리 소나무와 2층 누각으로 이뤄진 전라병영성의 성문이 아름답다./사진=이효태
성벽을 따라 걸으면 남문, 서문, 동문, 북문마다 아름드리 나무가 지키듯 서 있고, 인근 농가의 풍경이 더해져 평화롭고 여유로운 시간을 선사한다. 천천히 걸어보니 성곽을 한 바퀴 도는 데 20여 분이 걸린다.
아름드리 소나무와 2층 누각으로 이뤄진 전라병영성의 성문이 아름답다./사진=이효태
아름드리 소나무와 2층 누각으로 이뤄진 전라병영성의 성문이 아름답다./사진=이효태
병영면은 강진 10미 중 하나인 돼지불고기구이, 일명 ‘병영 돼지불고기’를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밀집해 전라병영성을 보러 온 여행객들이 꼭 들르는 곳 중 하나다. 전해지는 일화에 따르면, 강진 현감의 친조카가 전라병영성 최고 책임자인 병마절도사로 부임해 축하 인사를 갔는데, 병마절도사가 현감을 웃어른으로 대접하며 양념이 잘된 돼지고기를 내놓은 것이 시초가 되었다고.
사진=이효태
사진=이효태
현감의 입맛을 사로잡은 돼지불고기는 오늘날 병영면에 돼지불고기거리를 만들고 이곳에서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릴 정도로 21세기 사람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여정을 돕는 10pick

가우도
해 질 녘의 가우도, 청자타워 너머로 망호출렁다리가 보인다./사진=이효태
해 질 녘의 가우도, 청자타워 너머로 망호출렁다리가 보인다./사진=이효태
청자타워, 해안산책로, 모노레일 등을 갖춘 강진 핫스폿, 가우도. 섬을 사이에 두고 저두출렁다리는 대구면을, 망호출렁다리는 도암면을 잇는다.
전남 강진군 도암면 신기리 산 31-2

백련사 동백나무 숲
다산 정약용과 초의선사가 교류한 백련사 동백나무 숲은 15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자생한다. 숲길을 따라 백련사에 오르면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전남 강진군 도암면 백련사길 145

강진만생태공원
사진=이효태
사진=이효태
탐진강이 강진만과 만나는 기수역에 형성된 강진만생태공원에는 1131종의 다양한 생물이 서식한다. 청정 갯벌과 갈대 군락지가 있어 사계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전남 강진군 강진읍 생태공원길 47

강진한정식
강진 10미 중 하나인 강진한정식은 식도락 여정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한다. 강진의 산과 들, 바다에서 나는 식재료로 품격 있는 만찬을 즐겨보자.

마량항
강진만 끝자락의 마량항. 고려청자를 개성까지 실어나른 뱃길의 시작점이자 조선시대에는 제주 말이 이곳에서 적응 기간을 거쳐 한양으로 보내졌다.
전남 강진군 마량면 미항로 150

백운동 원림
백운동 원림은 조선 중기에 이담로가 조성해 은거했던 별서정원이다. 다산 정약용의 <백운첩>을 근거로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하안운길 100-63

병영돼지불고기거리
전라병영성 인근에는 병영돼지불고기거리가 자리한다. 빨간 양념을 한 돼지불고기에 각종 찬까지, 집밥처럼 든든한 강진 10미 중 하나.

월출산 차밭
사진=이효태
사진=이효태
월출산을 병풍처럼 두른 차밭은 월출산 차밭, 강진다원, 설록다원 등으로 불린다. ㈜설록차가 만든 강진다원으로 백운동 원림과도 지척이다.
전남 강진군 성전면 백운로 93-25

전라병영성
조선시대 53주 6진을 총괄한 육군의 총지휘부였던 전라병영성. 2층 누각으로 이뤄진 성문, 성벽 등이 복원되었고, 2029년을 목표로 소실된 유적의 복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전남 강진군 병영면 홍교로 593

푸소
백련사, 다산초당, 백운동 원림, 마량항, 전라병영성, 고려청자박물관, 영랑 생가 등등 1박 2일로도 부족한 강진. ‘푸소’에 접속해 ‘일주일 살기’ 특권을 누린다.
강진군문화관광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