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3가지 핵심 요소 ESG.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하는 관광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대로 가다간 머지않아 사전에서 ‘여행’이라는 단어가 영영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죠. 다음 세대를 위한 녹색 여행을 만들어갑니다. 유유자적 흐르는 도시 충주로 떠났습니다.

ESG여행의 세 가지 요소는 아래와 같이 표기했습니다

E 환경(Environment)을 생각하는 여행
S 지역사회(Social)를 생각하는 여행
G 정책·제도(Governance)로 만들어가는 여행
충주댐 악어섬 전경. 사진=임익순
충주댐 악어섬 전경. 사진=임익순

E·S : 물의 도시 충주에서 ‘타고 놀까’

충주의 별명이 ‘물의 도시’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내륙 깊숙이 위치해 그 어느 면도 바다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충주는 물의 고장이다. 강원도에서 내려온 남한강 물결이 도심을 꿰뚫고, 육지 속 바다라 불리는 광활한 충주호가 푸르름을 뽐낸다.

충주를 여행한다면 조금은 부지런 떨어보길 추천한다. 물이 많은 지역 특성상 매일 새벽녘이면 도시 위로 짙은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신선 세계에 들어선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는 탄금호. 사진=임익순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는 탄금호. 사진=임익순
ESG여행TIP
충주체험관광센터는 탄금호 풍경을 눈에 담으며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자전거대여소 ‘타고놀까’를 운영한다. 도심의 버려진 자전거를 공공자전거로 되살렸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다. 일반 자전거는 물론, 2인용·아동용 등 다양한 자전거를 구비했다.

S : 자작자작, 발맞춰 함께 걸어요

업무가 아닌 휴가차 한 지역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우연히 묵게 된 게스트하우스에서 결이 맞는 사장님과 숙박객을 만났다. 각자 일정을 마친 밤이면 어김없이 숙소 공용공간에 모여 앉아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밤을 꼴딱 새웠다. 서울에 돌아와 지인들이 ‘거기 어때?’라고 물을 때마다 그때 맺은 인연을, 사람들을 생각했다. 결국 몇 년 뒤 같은 숙소를 다시 한 번 찾아 만족스러운 일주일을 보냈다.
체크인이 이뤄지는 카페 평정 내부. 사진=임익순
체크인이 이뤄지는 카페 평정 내부. 사진=임익순
“여행을 완성하는 건 사람이죠.” 자작자작협동조합 공영환 대표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옛 여행의 추억이 떠올랐다. 타지 생활을 접고 고향인 충주로 돌아왔을 때 공 대표는 생각했다. 살기 좋고 볼 것 많은 충주지만, 여행지로서의 매력은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고.

어떻게 하면 ‘진짜 충주’를 여행자에게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그가 내린 답은 ‘사람’이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맺은 좋은 관계는 좋은 기억을 만들고, 그 기억은 다시 여행지를 방문할 명분이 된다.

공 대표를 비롯, 충주를 사랑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마음을 모았다. 이들은 자작자작협동조합이라는 이름 아래 ‘관아골 골목 투어’ ‘사운드스케이프 체험’ ‘자작자작 별빛투어’ ‘See You Again-충주에서 온 편지’ 등 로컬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충주 출신의 이준영 대표가 운영하는 카페 겸 게스트하우스 평정에서 일정을 시작한다. 30여 년 전부터 숙박시설로 이용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1층엔 카페 평정, 2층엔 게스트하우스 대림여인숙을 들였다. 카페 평정에서 체크인을 한 후 이곳의 자랑인 커스터드 푸딩을 맛보며 잠시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카페 평정의 시그니처 메뉴인 커스터드 푸딩. 사진=임익순
카페 평정의 시그니처 메뉴인 커스터드 푸딩. 사진=임익순
헤드셋과 마이크를 들고 ‘사운드스케이프 체험’ 겸 ‘관아골 골목 투어’에 나섰다.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는 랜드스케이프(Landscape·풍경)를 모방한 단어로, 귀로 듣는 풍경이라 요약할 수 있다. 바람에 사각거리는 풀 소리, 저 멀리 울리는 동네 사람들의 웃음소리, 자갈을 스치는 내 발소리.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소음이 듣기 좋은 ASMR이 돼 고막을 자극한다.

현장의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며 돌아보는 관아골은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로컬 커뮤니티의 시작이 된 ‘세상상회’부터 아기자기한 감성 가득한 패브릭 공방 ‘제이플래닛’, 작지만 또렷한 취향을 담은 소품숍 ‘피에스파피에’, 강아지 복동이가 가장 먼저 반겨주는 도자기 공방 ‘마가렛 포터리’. 골목에 발을 들이는 순간 후회할지 모른다. ‘아뿔사, 왜 1박만 잡았지!’ 하고.
‘자작자작 별빛투어’는 별을 관측하며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어보는 프로그램이다. 사진=임익순
‘자작자작 별빛투어’는 별을 관측하며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어보는 프로그램이다. 사진=임익순
ESG여행 TIP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여행자라면 ‘반짝반짝 별빛투어’를 놓치지 말자.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하며 각자 간직해온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어 보는 시간이다. 푸른 밤하늘 위 유일하게 빛나는 별처럼, 어둠 속 반짝이는 내 마음과 낯선 이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다

여행의 매듭은 로컬종합상가 복작에 위치한 책방 ‘빈칸’에서 짓는다. ‘See You Again-충주에서 온 편지’를 통해 여행의 추억을 손글씨로 정리하고 편지로 부친다. 발송한 편지는 6개월 뒤 받아볼 수 있다. 충주를 되새기고 다시 여행을 계획하기에 완벽한 타이밍이다.

E·G : 탄금호 무지개길을 따라

반짝이는 야경을 자랑하는 탄금호 무지개길. 사진=임익순
반짝이는 야경을 자랑하는 탄금호 무지개길. 사진=임익순
낮보다 눈부신 야경이 펼쳐지는 탄금호 무지개길. 2018년 중앙탑면 조정경기장 중 계 도로를 활용해 산책로로 재조성했다. ‘한국관광공사 야경 100선’에 선정된 곳이자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로 유명하다. 알록달록 조명으로 물든 탄금호를 따 라 걷다 보면 쌀쌀한 늦가을 날씨도 잊게 된다.

ESG여행 TIP
탄금호 무지개길은 편도 약 1.4km 길이로 조성돼 뚜벅이 여행자 에게도 적합하다. 인근에 위치한 중앙탑사적공원을 함께 둘러보는 코스를 추천한다. 어둠이 내리면 금빛으로 빛나는 국보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이 황홀한 야경을 선사한다.

E·S : 속세를 떠나 자연으로

금봉산 자락이 붉은 옷으로 갈아입을 무렵 상추객으로 북적이는 곳이 있다. 신라시대 절터였던 자리에 1983년 승려 혜국이 창건한 석종사다. 가을 정취를 담뿍 머금은 단 풍나무와 고즈넉한 사찰에 흠뻑 취해본다.
석종사 대웅전 뜰에서 내려다본 풍경. 사진=임익순
석종사 대웅전 뜰에서 내려다본 풍경. 사진=임익순
ESG여행 TIP
생각과 욕심을 비운 자리에는 행복이 충만해지기 마련이다. 템플 스테이로 포근하고 안온한 하루를 완성해보길. 당일형·체험형· 휴식형 등 다양한 형태의 템플스테이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