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의 앤이 태어난 곳, 그 이상의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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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어른도, 약한 자도, 복잡한 자도 두 눈에 모두 담는 수평의 섬. 하늘은 푸른 초원에 닿을 듯 쪽빛 바다와 일직선을 그린다. 불쑥 솟아난 것 하나 없어 마음 나침반이 평정심을 향해 가는 곳, 여기는 캐나다의 아름다운 섬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는
캐나다 남동부 끝자락에 위치한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는 캐나다 10개 주(+3개 준주) 중 하나로 뉴브런즈윅주와 노바스코샤주가 감싸고 있다. 커다란 휘장을 펼친 듯한 지형에 서쪽은 프린스, 가운데는 퀸스, 동쪽은 킹스, 세 영역으로 나뉜다. 섬의 이름이 길다 보니 현지에서는 영문 앞글자만 따 ‘PEI’로 통칭해 부른다. 대영제국 전성기를 이룬 빅토리아 여왕의 아버지 이름을 따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가 되었다고. 캐나다 영토는 우리나라의 약 100배 크기로 PEI 역시 섬이긴 하지만 규모가 상당하다. 면적 5660㎢로 제주도의 3배에 달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휴양지로 제주도를 애정하는 것처럼 캐나다인들에게 PEI의 존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딜 가든 빼어난 풍광, 신선한 해산물과 농작물은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친절한 섬사람들은 그들의 터전에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도 흔한 아파트가 PEI에는 없다. 높다란 산도 없다. 불쑥 솟아난 것 하나 없이 극강의 플랫을 이룬다. 하늘과 바다, 습지와 대지가 한눈에 공평히 담기니 마음 또한 차분해진다.
PEI는 노스 케이프·센트럴·포인트 이스트 코스탈 드라이브로 저마다의 독특한 풍광을 자랑하는 3개의 해안 드라이브 코스를 갖추고 있다. 섬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이 280km 정도 떨어져 있어 웬만한 지방 가는 길 못지않다. 각 코스 안에서 PEI를 상징하는 빨간 등대(Light House)와 국립공원, 사암절벽, 습지와 모래언덕이 어우러진 해변, 빨강머리 앤의 탄생지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다. 드라이브는 물론 트레킹, 하이킹에도 나설 수 있으니 PEI에서 운동화는 든든한 필수품이 된다. 의외로 쉽게 적응되는 시차한국에서 PEI는 꽤 멀지만, 다녀온 기자는 당신의 인생에서 한 번은 꼭 꿈꿔도 좋을 여행지라고 단언한다. 현재 한국에서 PEI를 가려면 두 번의 비행 환승을 거쳐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토론토 피어슨공항까지는 약 13시간 소요되며, 토론토에서 샬럿타운 샬럿타운(YYG airport)까지 2시간 비행을 마치면 PEI다. 시차는 한국보다 12시간 늦다. 시차가 너무도 탁월(?)하여 도착하니 현지는 한밤. 바로 잠을 청하면 현지인 패치 부착이다. 사계절의 흐름은 우리나라와 같지만 PEI가 좀 더 빨리 내려앉는다. 11월 여행 시에는 12월 정도를 생각하고 짐을 챙기기를 추천한다. 하지만, 햇살 아래 있을 때는 두 눈과 살갗에 닿는 포근함에 가슴이 저릿저릿 녹아내리곤 한다.
자화상을 비추고픈 시린 호수, PEI 국립공원
하얀색, 노란색, 은색으로 빛나는 자작나무가 숲길을 에워싸고, 작고 탐스러운 빨간색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파이어손(Fire Thorn)도 숲 곳곳에 우람한 가지를 뻗었다. 산딸기며 와일드베리까지, 열매 모으기에 한창인 다람쥐들도 걸음이 바쁜 이곳은 PEI 국립공원. 그리니치 비치와 연결되는 숲길에는 소금 결정처럼 보이는 이끼 떼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20~30분을 더 걸어 나가면 자화상을 비추고픈 시린 호수가 드러난다. 초록의 습지식물이 융단을 깐 듯한 쪽빛 호수에는 길고 긴 플로팅 다리가 놓여 있다.바람이 불어서인지, 숨 막히게 아름다워서인지 눈물이 날 것만 같은 풍광 저편에는 거대한 모래언덕, 그리니치가 경이로운 작품을 완성한다. 바람, 파도가 만들어낸 그리니치는 PEI에서 가장 큰 모래언덕으로 북미에서 매우 드문 포물선 형태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