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단어들을 실제로 만나면 기분의 밀도가 참으로 쫀쫀해진다. 여행의 힘이다. 오늘 만날 기분 좋은 단어는 ‘일출’이다. 그것도 간절곶 일출. 그 지명마저도 상서롭지 않은가?

말의 힘, 간절한 소원을

간절, 곶. 간절히 바라면 이뤄질 것만 같은 사방을 비추는 크고 둥그런 태양이 수평선을 뜨겁게 물들이며 두둥실 떠오른다. 어느새 두 손을 꼭 쥐고 소원을 실어 보낸다. 우선 너의 행복부터! 2024년 소망하는 일이 꼭 이뤄지길!’

‘곶’이란 삼면은 바다, 육지에서 뾰족하게 튀어나온 곳을 가리킨다. 한반도를 넘어 유라시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간절곶은 대륙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간절곶 명물, 거대한 소망우체통과 그 앞으로 떠오르는 태양./사진=이효태
간절곶 명물, 거대한 소망우체통과 그 앞으로 떠오르는 태양./사진=이효태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아침이 온다’라는 장엄한 문구가 새겨진 돌탑을 뒤에 두고 눈앞의 장관을 바라본다. 남색, 보라색, 파란색, 빨간색을 바람에 섞어 이리저리 칠한 듯한 하늘과 바다의 빛이 오묘하다
대송항 방파제에 자리한 프러포즈 등대./사진=이효태
대송항 방파제에 자리한 프러포즈 등대./사진=이효태
‘해멍’으로 가슴 가득 환희를 채우고 간절곶 일대를 여유롭게 산책한다. 가로 2.4m, 세로 2m, 높이 5m, 무게 7톤에 달하는 소망우체통은 간절곶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명물이다. 이 밖에 1920년부터 바다를 비춘 묵묵한 보초병, 간절곶 등대도 만날 수 있다. 그 빛이 26해리(48km)까지 도달하니 해님과 달님도 자취를 감췄을 때 은인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해맞이에 나선 공룡 조형물./사진=이효태
해맞이에 나선 공룡 조형물./사진=이효태
간절곶을 중심으로 이편과 저편에는 나사해수욕장과 진하해수욕장이 자리한다. 나사해수욕장에는 이색적인 식당과 카페가 밀집해 있고, 진하해수욕장은 서핑 성지로 유명하다. 온 세상이 짙은 녹색으로 물드는 여름, 파도에 몸을 맡긴 서퍼들을 쉬이 만날 수 있는 진하해수욕장은 울주에서도 젊은 여행객들의 큰 사랑을 받는 장소 중 하나다.

마음 홀리는 명선도

아바타의 섬으로 불리는 명선도
아바타의 섬으로 불리는 명선도
진하해수욕장에서 바라보면 바다 위에 수묵화 같은 작은 섬이 보인다. 그 이름은 명선도. 면적 6744㎡, 둘레 330m의 아담한 크기로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다. 명선도는 본래 일 년에 몇 번 썰물 때 바닷길이 열려야만 들어갈 수 있어 ‘신비의 섬’으로 불렸다.
2022년 여름 야간조명을 조성한 명선도. 아바타의 섬으로 불릴 만큼 신비롭다./사진=이효태
2022년 여름 야간조명을 조성한 명선도. 아바타의 섬으로 불릴 만큼 신비롭다./사진=이효태
명선도의 일출이며, 인근 서퍼들이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로 입소문이 나며 섬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자 해변과 섬을 연결하는 모랫길이 조성되어 출입이 한결 쉬워졌고, 지난 2022 여름에는 모랫길도 해상보행교로 대신해 썰물 때가 아니어도 언제나 명선도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명선도의 변신은 이뿐만이 아니다. 신비의 섬에서 아바타의 섬, 태양이 잠든 섬이라는 별칭을 얻은 명선도의 매력은 일몰 무렵부터 발휘된다.
지난해 여름 야간조명을 조성한 명선도. 아바타의 섬으로 불릴 만큼 신비롭다./사진=이효태
지난해 여름 야간조명을 조성한 명선도. 아바타의 섬으로 불릴 만큼 신비롭다./사진=이효태
명선도로 향하는 바닷길에는 은은한 조명과 미디어아트가 어우러져 마치 다른 행성에 발을 들여놓은 우주인이 된 것만 같다. 삼삼오오 짝을 이룬 사람들이 여러 경관조명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는 모습을 보며 섬 안으로 들어서자 감춰둔 보물을 자랑하듯 이색적인 풍광이 여행객의 마음을 홀린다.

가볍게 올라 아름답게 빠지는 파래소폭포

산행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영남알프스 9봉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울산 가지산, 운문산, 천황산, 신불산, 영축산, 고헌산, 간월산 외 경주 문복산, 밀양 재약산을 가리키는데, 해발1000m에 달하는 이 산을 모두 완등하면 인증기념 은메달 등을 증정해 새해 초부터 도전에 나서는 이들도 많다.
국립신불산자연휴양림 주차장에서 도보 15분 거리의 파래소폭포 가는 길./사진=이효태
국립신불산자연휴양림 주차장에서 도보 15분 거리의 파래소폭포 가는 길./사진=이효태
산행 고수가 아니라도 실망은 금물. 울주의 신불산은 해발 1159m로 정상을 향하지 않더라도 고즈넉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숲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휴양림 주차장을 기점으로 완만한 산길을 오르면 우람한 크기의 기암괴석이 계곡을 메우고, 그 위로 큰 나무들이 그림자를 드리우는 풍경이 속속 나타난다.
숲 속 무대같은 파래소폭포
숲 속 무대같은 파래소폭포
흙길, 자갈길, 나무 덱길을 고루고루 밟으며 15분 남짓 걸었을까? 아득한 절벽 위로 폭포가 쏟아진다. 아래로는 둥그런 소가 생겼는데 낙엽이 가득 쌓여 마치 뭍처럼 보인다. 아, 아, 말하는 소리가 아-!, 아-! 하고 울리니 자연이 만든 무대처럼도 보인다. 고개를 끝까지 치켜올려야 시작부터 끝을 볼 수 있는 파래소폭포는 높이가 15m에 둘레 100m, 깊이 5~7m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아 예로부터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다.
국립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의 파래소폭포, 울산 8경이기도 하다./사진=이효태
국립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의 파래소폭포, 울산 8경이기도 하다./사진=이효태
폭포를 오르며 파래소의 뜻이 궁금했는데, 바라는 대로 이뤄지는(비가 내린) 곳을 뜻하는 ‘바래소’에서 ‘파래소’가 되었다고. 어쩌면 계곡물이 너무도 파래서 파래소일지도 모르겠다. 오면서 본 기암괴석의 색이 유난히 푸른 것이 파래소에 물든 것만 같다.

여정의 즐거움

유녹
사진=이효태
사진=이효태
어린이도 반려견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드넓은 잔디마당과 숲이 우거진 야외 공간까지 갖춘 카페. 아치형 창문을 드리운 하얀 외관의 건물은 박물관, 미술관, 궁전을 합쳐놓은 듯 거대하고 유니크하다. 엄선된 재료만을 쓴다는 베이커리와 에스프레소까지 맛도 수준급.
울산 울주군 상북면 송락골1길 28

헤이메르
사진=이효태
사진=이효태
울산 울주군 헤이메르
울산 울주군 헤이메르
간절곶 일대에는 입소문 자자한 대형카페들이 포진해 있다. 헤이메르도 그중 하나. 높은 오르막길에 위치해 탁월한 해안 뷰를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카페와 함께 캐러밴, 독채 펜션도 운영하니 울주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참고하자.
울산 울주군 서생면 잿골길 72

바이허니
사진=이효태
사진=이효태
책방카페이자 울산시 제7호 민간정원으로 크고 작은 문화행사가 열리는 마을 사랑방이다. 유난히 따뜻한 분위기가 피어나는 카페에서 더없이 느린 시간을 만끽한다. 박제상유적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자리한다.
울산 울주군 두동면 박제상로 205

여정을 돕는 10pick

간절곶
면적 34만5630㎡에 이르는 간절곶(공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새해 해맞이 장소. 드넓은 해안가를 따라 산책로가 조성되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안성맞춤이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일원

서생면
산도 바다도 아름다운 울주인지라 이를 배경으로 그림 같은 카페도 곳곳에 자리한다. 서생면에는 해안가의 대형 카페들이 핫하니 참고하자.
울산 울주군 서생면 일원

명선도
일명 ‘아바타의 섬’이라 불리는 명선도. 지난해 여름 새롭게 야간조명을 조성하며 울주의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 진하리 일원

언양불고기
소원을 말해야 들어주지 '울주 간절곶' 했나요?
울주에 와서 언양불고기 안 먹으면 영 섭섭한 일. 석쇠에 초벌해 나오는 언양불고기는 은은한 숯불 위에서 달달한 육즙을 자랑한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 동문길 47

언양읍성
소원을 말해야 들어주지 '울주 간절곶' 했나요?
소원을 말해야 들어주지 '울주 간절곶' 했나요?
언양읍성은 고려말에서 조선 초 읍성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던 때의 축조방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현재 복원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 동부리 306-1

박제상유적
소원을 말해야 들어주지 '울주 간절곶' 했나요?
조선 제19대 왕 숙종은 박제상을 가리켜 ‘신라 천년의 으뜸가는 충신’이라 했다. 박제상유적에서 만고의 충신으로 일컬어지는 인물의 삶을 엿본다.
울산 울주군 두동면 치술령길 7

자드락숲
소원을 말해야 들어주지 '울주 간절곶' 했나요?
습지, 초화길, 수국길, 연꽃연못, 거대한 숲속 놀이터까지 갖춘 자드락숲은 뽕나무밭이었던 곳을 휴양림이자 산림욕장으로 가꾼 곳이다.
울산 울주군 두서면 서하리 산 26-1

진하해수욕장
소원을 말해야 들어주지 '울주 간절곶' 했나요?
여름이면 파도에 몸을 맡긴 서퍼들을 쉬이 볼 수 있는 진하해수욕장. 가까이 명선교, 명선도가 자리하며 근사한 일출을 만날 수 있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 진하해변길 77

석남사
소원을 말해야 들어주지 '울주 간절곶' 했나요?
가지산 기슭에 자리하는 천년고찰 석남사. 일주문에서 경내로 향하는 700m 숲길이 특히 아름답다.
울산 울주군 상북면 석남로 557

국립신불산폭포자연 휴양림
주차장에서 15분 정도 산길을 오르면 신불산의 아름다운 산세와 함께 높이 15m에 달하는 파래소폭포도 감상할 수 있다.
울산 울주군 상북면 청수골길 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