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보다 매력적인 영국의 오늘에 대해 말하다
사진=임익순
사진=임익순
지난해 한국-영국 수교 140주년을 맞아 교류가 활발했다.

2023년은 한국과 영국이 수교 140주년을 맞은 중요한 해였다. 영국 현지에서는 K팝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이어졌고, 찰스3세 즉위 이후 첫 국빈 방문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맞이하기도 했다. 또 트윈시티 프로젝트로 도시 간 교류도 활발했다. 북아일랜드의 수도인 벨파스트와 세종시, 리버풀과 부산시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서로의 시너지를 꾀했다. 현재 울산, 대전, 대구 역시 협약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 관광업계에서 한국 시장의 비중은.

영국에서 한국은 이머징 마켓으로 주목하는 중요한 시장이다. 2019년 영국을 찾은 한국 관광객은 31만 명인데, 같은 기간 일본 관광객은 35만 명을 기록했다. 두 나라의 인구가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놀라운 수치다. 영국 정부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한국인 관광객의 존재감을 크게 느끼는 곳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맨체스터와 인근의 소도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이던 박지성 선수를 보기 위해 한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면서 인근 도시 또한 수혜를 얻었다. 30분 거리에 있는 레이크 디스트릭트가 그 예다.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고향이자 피터 래빗이 탄생한 곳이다. 축구를 테마로 한 패키지 여행객들이 인근 볼거리를 찾으면서 관광수입 증대에 유의미한 효과를 거뒀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여행의 모습이 있다면.

몇몇 주요 도시에 집중되었던 관심이 다양한 중소도시들로 뻗어나간다는 점이다. 관광청에서는 매년 한국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도시의 순위를 집계한다. 코로나19 이후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면 상위 10개 안에 스코틀랜드 도시가 3곳 이상 등장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인네버스의 등장은 개인적으로도 놀라운 결과다. 런던이 부산이라고 치면 인네버스는 백두산에 가깝다. 그만큼 북부 끝자락에 위치한 곳인데, 한국인들이 다양한 도시에 방문한다는 것이 체감된다.

여행스타일에서도 변화가 있나.

관심 있는 주제 한 가지를 집중적으로 투어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팬데믹 전에는 축구에서 이런 경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국으로 축구 투어를 오는 분들은 다른 옵션 없이 오직 축구에만 집중했다. 축구 경기, 스타디움 방문, 쇼핑마저도 축구장에서 해결했다. 그야말로 축구를 위한, 축구에 의한 여행인 셈이다. 이러한 경향을 골프 투어, 위스키 투어를 오시는 분들이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팬데믹을 지나며 달라진 현지의 모습이 있다면.

K문화에 대한 영국인의 반응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2019년 BTS가 웸블리 스타디움에 입성할 때도 한국에 호의적이었지만, 팬데믹 이후의 반응은 완전히 다르다. 그사이 넷플릭스 등 OTT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비롯한 콘텐츠가 영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중 한식에 대한 인기가 높은데, 떡볶이 전문점 앞에는 비오는 날에도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다. 특히 MZ들 사이에서는 한국 음식이 트렌디하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한국 음식을 먹어봤다는 것을 자랑거리로 여긴다. 여행을 하면서 한식이 그리울 때 정통 한국식 김치찌개와 짜장면을 런던 거리에서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골퍼들의 성지,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 코스.
골퍼들의 성지,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 코스.
2024년 영국관광청의 계획은.

<브리저튼>, <007 시리즈> 등 영화와 TV에 등장한 영국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조명하려고 한다. 영국은 역사와 전통이 깊은 유산도 많지만, 세계적인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이 콘텐츠를 통해서 K컬처의 힘을 전 세계에 알렸듯, 영국 현재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나갈 예정이다.

2024년에 영국으로 여행을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면?

‘캡틴 손’ 손흥민의 경기를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 현지에서 손 선수의 경기를 볼 때 느껴지는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은 그라운드와 객석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 운이 좋다면 선수와도 인사를 나눌 수 있다.

또, 요즘 예술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런던은 자타공인 세계 현대미술의 중심지다. 서울에서도 열리고 있는 프리즈 아트페어의 탄생지가 바로 영국이다. 전 세계 아트신에서 가장 핫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고 또 구입할 수 있는 자리다. 영국에서는 매년 10월에 열리는데, 기간 중 런던 내 100개의 크고 작은 갤러리에서도 축제가 열리니 미술 애호가라면 꼭 와볼 만하다.

2024년 특히 주목할 만한 도시가 있다면.

갈수록 잘 알려지지 않은 소도시를 방문하려는 욕구가 큰 것 같다. 그러한 욕구에 부합하는 것이 바로 스코틀랜드다. 런던과 같은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와 문화 등 모든 것이 다르다. 위스키, 골프, 자연경관 등 한국인 관광객이 좋아할 만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
뛰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스코틀랜드 스카이섬은 세계적인 드라이브 코스로도 꼽힌다,
뛰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스코틀랜드 스카이섬은 세계적인 드라이브 코스로도 꼽힌다,
김미경 소장이 말하는 '2024년 영국 스코틀랜드로 떠나야 하는 이유'

골프

스코틀랜드는 골프의 탄생지이자 브리티시 오픈이 열리는 곳으로, 전 세계에서 ‘골프 성지순례’를 오는 골퍼들이 많다.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하다는 것이다. 스코틀랜드인에게 골프는 한국의 국민체조 같은 운동이기에 적게는 5파운드(약 8200원)만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단, 오기 전 유럽 골프 매너를 익히고 올 것을 추천한다.

위스키
‘오늘의 비가 내일의 위스키가 된다’는 속담이 전해질 정도로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는 중요한 문화다. 매켈란, 글렌피딕, 조니워커 등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브랜드는 물론, 내로라하는 100여 개 브랜드의 위스키 양조장이 모여 있다. 양조장마다 방문객을 위한 투어를 진행하는데, 현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 한정판 위스키, 나만의 보틀을 만들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양조장 투어를 간다면 전통 숙소인 B&B에도 묵어볼 것을 추천한다. 숙소마다 다른 위스키 방을 가지고 있는데, 현지의 위스키 문화를 접할 수 있다.

자연경관
장대한 산맥, 만년설 등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광활한 자연풍경을 직접 눈으로보면 카메라에 담지 못하는 것이 야속할 정도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를 이야기할 때 언제나 이름을 올리는 곳이기도 하다. 차를 렌트해 직접 드라이브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제임스 본드가 타는 차’로도 유명한 명품 자동차 애스턴마틴이 광고를 촬영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청정한 환경에 자리 잡은 아드벡 위스키 증류소.
청정한 환경에 자리 잡은 아드벡 위스키 증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