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 도쿄의 객실 전경. 도쿄의 도심이 마치 액자 속 작품처럼 근사하다.
아만 도쿄의 객실 전경. 도쿄의 도심이 마치 액자 속 작품처럼 근사하다.
호텔에서의 럭셔리란 무엇일까? 아만 도쿄로 향하는 길에서 자연스레 떠오른 질문이다. 평수기에도 1박에 200만 원에 육박하는 높은 요금도 그렇지만, 세계에서 가장 럭셔리한 호텔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 바 있기 때문이다.

아만 도쿄는 2023년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호텔을 선정하는 ‘월드 50 베스트 호텔’ 어워즈에서 5위를 기록했다. 호텔업계가 권위를 인정하는 상으로, 순위는 여행업계 전문가 580명의 투표로 결정된다. 투표자가 24개월 이내에 직접 투숙한 호텔에만 투표할 수 있는 등 까다로운 규칙으로 객관성을 유지한다.

아만은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지만, 럭셔리 호텔을 이야기할 때 첫손에 꼽히는 브랜드다. 프라이빗한 공간 설계와 시간을 가리지 않는 밀착 서비스를 제공해 재벌과 셀러브리티들이 아만의 골수팬을 뜻하는 '아만 정키'를 자처한다. 역대 미국 대통령,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이 대표적인 아만 정키다.

아만은 전 세계에서 34개 호텔을 운영하는데 그중 아만 도쿄가 가장 높은 순위의 영예를 안은 이유는 무엇일까. 호화롭기로 유명한 아만 베니스(14위)나 아만 뉴욕(25위)보다도 한참 위다. 아만 도쿄의 특별함은 무엇일지, 과연 하룻밤에 300만 원 이상의 가치는 있을지 조금 미심쩍은 마음으로 전용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아만 도쿄의 로비. 6층 높이(30m)의 천장은 시선을 압도한다.
아만 도쿄의 로비. 6층 높이(30m)의 천장은 시선을 압도한다.
그리고 28층의 문이 열리는 순간, 무장해제의 탄성이 터졌다.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건물 6층 높이(30m)의 천장. 일본 전통 조명에서 모티브를 딴 흰색 천장에는 그야말로 '장중하다'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벽과 바닥은 이와 대조되는 짙은 흑색의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가운데 만들어진 작은 연못과 고고하게 심긴 한 그루의 소나무는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완성한다. 마치 ‘여기서부터는 아만의 세계’라고 선포하는 듯하다.

아만 도쿄에서는 이처럼 독특한 분위기가 감돈다. 지역의 전통문화를 건축물에 반영하는 데 특출난 재주가 있는 건축가 케리 힐의 솜씨다. 그는 일본 전통가옥의 요소와 함께 그 안의 정신도 호텔 안에 담아냈다.
건축가 케리 힐이 3년 간의 시간을 들여 완성한 아만 도쿄의 숲
건축가 케리 힐이 3년 간의 시간을 들여 완성한 아만 도쿄의 숲
대표적인 것이 숲이다. 일본 전통가옥에서 정원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그러나 호텔이 위치한 오테마치는 금융회사들이 밀집한 거리로, 공원은커녕 듬성듬성한 가로수가 전부다. 케리 힐은 호텔만을 위한 숲을 만들기로 했다. 매우 '아만다운' 방식으로. 도쿄 교외에 부지를 구입해 나무와 식물을 심고 3년간 가꾼 뒤 이를 통째로 옮겨온 것. 덕분에 도심 한가운데서도 숲속으로 휴양을 떠나온 듯 푸르름에 둘러싸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아만 도쿄 특유의 절제미가 돋보이는 수영장
아만 도쿄 특유의 절제미가 돋보이는 수영장
곳곳에 걸린 예술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흙과 지푸라기 등 자연을 주재료로 작업하는 일본 작가 슈헤이 하사도의 예술작품은 일본 고유의 정신세계인 '와비사비' 정신을 담아낸다.

이는 객실도 예외는 아니다. 창호지로 된 미닫이문, 전통가옥의 주재료인 물푸레나무와 음나무로 구성한 공간은 따뜻한 느낌을 준다. 다만 무엇 하나 튀는 것이 없다. 조화롭지만 특별히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요소는 없다. 그럴 때 눈에 띈 것 하나. 모든 가구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바로 널찍한 창을 향해서다.
[도쿄로 호캉스②] '1박 200만 원'을 납득할 수 있는 호텔, 아만 도쿄
창밖으로는 도쿄의 풍경이 한가득 펼쳐진다. 앞으로는 일왕의 거처가 있는 거대한 숲이, 뒤로는 빼곡한 고층 빌딩 숲이 펼쳐진다. 날이 맑은 날에는 저 멀리로 후지산까지 육안으로 볼 수 있다. 일부러 그린 듯이 풍성하고 짜임새 있는 풍경이 마치 거대한 액자 속 예술작품처럼 보인다. 날씨와 시간에 따라 살아 움직인다는 것이 특별한 점이다.

비로소 절제된 디자인의 이유를 깨닫는다. 미니멀한 객실과 화려한 풍경의 대조는 역설적으로 양쪽 모두를 도드라지게 만든다. 전시 작품에만 핀 조명을 비추고, 나머지 공간은 어둡게 유지하는 미술관처럼. 아만에서는 번잡한 도시로 나갈 필요가 없다. 나의 방 안에 도시를 통째로 들여놓았으니. 그것이 아만에서 누릴 수 있는 럭셔리다.

요금은 22만 엔부터(약 191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