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이 곧 새로운 것. 이 도시의 가치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사라져가기에 새롭고, 세월이 얼기설기 묻어 더 소중한 옛것들을 영월만의 시선으로 따스하게 어루만진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억을 안겨주는 곳. 전통과 현대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영월로 떠난다.
영월 한반도지형 전경. 사진=도진영
영월 한반도지형 전경. 사진=도진영

무한한 자연의 품에 안겨

자연이 선사하는 쉼과 여유의 힘은 대단하다. 청령포를 짙푸르게 물들인 소나무 숲도 마찬가지다. 육지와 이어지는 곳엔 험준한 벼랑이 솟고 삼면은 깊은 강물에 둘러싸여 있지만, 수려한 경관 덕에 여행객을 태운 나룻배는 사시사철 쉴 틈이 없다.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도 푸른 송림 안에서는 잠시 고개를 숙이는 듯하다.
울울창창한 청령포 숲. 산림청이 주관한 ‘제5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사진=도진영
울울창창한 청령포 숲. 산림청이 주관한 ‘제5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사진=도진영
소나무 길을 거닐다 보면 600년의 이야기를 간직한 소나무 관음송을 마주하게 된다. 울창한 솔숲에서도 단연 우뚝 선 이 거송이 청령포에 유배된 단종의 애처로운 모습을 보고(觀), 오열하는 소리(音)를 들었다고 해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단종의 애절한 이야기는 사약을 받고 짧은 생을 마감한 관풍헌을 거쳐 충신 엄흥도가 시신을 수습한 장릉까지 이어진다. 자연의 품에 안겨 쉬며 슬픈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는 코스다.
원고생대국가지질공원 중 하나인 물무리골생태습지. 사진=도진영
원고생대국가지질공원 중 하나인 물무리골생태습지. 사진=도진영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또 다른 명소로는 물무리골생태습지(공원)가 있다. 강원고생대국가지질공원 중 하나로, 완만한 산책 덱을 따라 다채로운 식물이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며 자리한다. 하늘을 향해 높이 뻗은 나무들이 천연 그늘을 만들어줘 한여름에도 시원하게 산책할 수 있다.

전통을 힙하게, 영월을 여행하는 법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뉴트로(Newtro) 열풍과 함께 뉴트로 여행지가 덩달아 인기다. 영월은 뉴트로 핫플을 찾는 이들에게 모범 답안을 제시한다. 최근 젊은 청년들과 손잡고 ‘영월 뉴트로드(Newtroad)’를 조성했다. 영월읍을 가로질러 1~3번까지 조성된 테마거리는 옛 감성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트렌디한 문화로 가득하다.
영월 여행의 시작점인 영월관광센터. 사진=도진영
영월 여행의 시작점인 영월관광센터. 사진=도진영
영월읍 어귀의 영월관광센터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로컬푸드·카페·문화상품은 물론 미디어 아트·전시 등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청령포의 굽이치는 강을 모티브로 디자인된 붉은 건물은 그 자체로 멋진 포토존이 되어준다.

영월관광센터에서 차로 5분이면 뉴트로드 1번길 끝자락에 있는 동강사진박물관에 닿는다. 1940년대 작품부터 영월 군민의 기증 사진, 130여 점의 클래식 카메라 등 우리나라 사진의 역사가 담겼다. 2002년부터 박물관 일원에서 열리고 있는 동강국제사진제는 어느덧 22회를 맞이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7월 12일부터 관람객을 찾아간다.
청록다방의 인기 메뉴인 쌍화차. 사진=도진영
청록다방의 인기 메뉴인 쌍화차. 사진=도진영
빛바랜 그대로 자연스러운 청록다방이 뉴트로 감성의 정점을 찍는다. 영화 <라디오스타>의 촬영지로, 예스러운 인테리어와 달걀노른자 동동 띄운 쌍화차가 추억 여행을 이끈다. 청록다방이 있는 뉴트로드 2번길은 옛 빨래터, 벽화마을, 개성 넘치는 카페·공방 등 볼거리가 다양해 반나절 이상 넉넉히 잡고 둘러보길 추천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선명해지는 풍경

푸른 자연과 핫한 거리를 동시에 즐기려면 뉴트로드 3번길이 제격이다. 동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한 금강공원이 2020년 금강공원에코스튜디오로 재단장했다. 라디오스타 박물관·야외무대·에코놀이터 등 다채로운 역사문화 자원이 들어섰다.
대형 스피커 ‘사운드 허그’가 있는 금강공원에코스튜디오 전경. 사진=도진영
대형 스피커 ‘사운드 허그’가 있는 금강공원에코스튜디오 전경. 사진=도진영
눈에 띄는 건 헤드셋 모양의 거대한 조형물 ‘사운드 허그’다. 성인 키를 훌쩍 넘는 대형 스피커에는 K팝부터 발라드, 트로트에 연주곡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노래 6곡이 내장돼 있다. 헤드셋 안에 들어가 온몸을 ‘둥둥’ 울리는 음악을 감상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금강정에서 바라본 영월 동강. 사진=도진영
금강정에서 바라본 영월 동강. 사진=도진영
사운드 허그를 지나 금강정에 이르면 굽이굽이 흐르는 아름다운 동강 물줄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매년 7월 말부터 8월 초경에 열리는 동강뗏목축제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여행자라면 안다. 눈치 보지 않고 휴대폰을 충전하며 땀 식힐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영월역 맞은편의 영월트래블라운지는 오로지 여행객을 위한 휴게 공간이다. 짐 보관은 물론, 충전기·와이파이·화장실·안내 등 여행자를 위한 모든 편의시설을 무료로 제공해 언제든 쉬어가기에 더없이 좋다.

TRAVEL PLUS

빨간 금속파이프가 시선을 끄는 젊은달와이파크 입구. 사진=도진영
빨간 금속파이프가 시선을 끄는 젊은달와이파크 입구. 사진=도진영
젊은달와이파크
영월의 상징이 된 복합예술공간이다. 조각가 최옥영이 기획한 ‘붉은 대나무숲’은 어떻게 찍어도 인생샷을 보장하는 포토스폿이다. 총 10개 구역으로 구성된 거대한 미술관에서 차원이 다른 대지미술을 접할 수 있다.

영월서부시장
여행, 특히 뉴트로 여행에선 시장 탐방을 빼놓을 수 없는 법. 영월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으로 로컬 감성 듬뿍 담긴 먹거리·식료품·생필품 등이 가득하다. 시그니처 푸드인 메밀전병이 아주 유명하다.

한반도지형
주차장 입구에서 한반도지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까지 약 800m. 초입부터 가파른 경사에 등반을 후회한 것도 잠시, 우리나라를 똑 닮은 한반도지형 비경에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바로 옆 선암마을에서 운영하는 뗏목 체험과 한반도 트레킹 등 체험 프로그램도 놓치지 말 것.

박소윤 한경매거진 기자 park.so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