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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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가면 소매치기 조심해야 한다는 말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심각할 줄 몰랐어요"

전 세계인의 축제 2024 파리 하계 올림픽이 27일 오전 2시30분(한국시간) 개막했다. 직장인들의 여름휴가 집중 기간이 겹친데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 관람을 위해 프랑스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년 대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객 급증으로 발생하는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에 더해 현지 치안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를 포함한 서유럽 패키지 예약률은 전년 대비 30~40% 급감했다. 올림픽 때문에 현지 물가가 너무 오른데다 여행객 안전을 우려한 여행사들이 패키지 상품을 축소하면서다. 대체로 서유럽 여행 상품은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 3~5개국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구성된다. 14시간에 달하는 장거리 여행인 만큼 한 국가에서 머무는 대신 다양한 국가를 방문하겠다는 수요가 많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올림픽 관람을 비롯해 파리를 방문하는 상품은 일정 운영과 현지 고객 안전 통제 등의 이유로 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개월 전부터 예약을 받아온 여행사들은 일정 중 올림픽 기간이 포함된 상품에 '파리 시내 진입이 불가할 경우 인근 도시 관광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사전고지하기도 했다. 관광객 급증으로 혼잡도가 극에 달할 것이란 전망은 많았지만 현지 치안 문제가 예상치 못한 복병이 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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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현지 소매치기 경험담이 공유되고 있다. "현지에서 소매치기당했다.", "영상 촬영 중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져갔다.", "나는 절대 안 당한다 생각했는데..."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심각성을 인지한 현지인들은 관광객 주변을 서성이는 소매치기범을 따라다니며 '픽 포켓(소매치기)'이라고 외치며 관광객의 주의를 환기시켜 줄 정도다.

또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가 훈련 중 75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도난당하는 일도 있었다.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중 한명은 4만 유로 상당의 시계와 1만 유로 상당의 반지를 도난당했다고 현지 경찰에 신고했다. 외국인을 상대로 한 집단 성폭행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안전을 우려한 여행객들에게 프랑스 파리는 매력적인 여행지에서 멀어졌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프랑스의 인기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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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유럽 11개국 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프랑스는 최하위로 꼽혔다. 물가·상도의, 청결·위생, 편의시설, 안전·치안, 언어·현지 문화, 교통·환경 부문에서 모두 최하위 점수를 받으며 높은 비용에도 만족도가 낮은 유럽 여행지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치안 문제가 불거지고 있음에도 경비가 늘어난 점도 매력도를 낮추는 원인으로 꼽힌다. 여행 플랫폼 인터파크트리플에 따르면 올림픽 기간 파리의 숙소를 예약한 고객들의 1박당 평균 숙박비는 30만5000원으로 지난해 평균 22만9000원에서 33.2% 급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전 유럽의 평균 1박 가격이 21만9000원에서 27만2000원으로 24.2% 오른 데 비해 상승 폭이 훨씬 더 큰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림픽이라는 대형 이벤트에도 물가 부담이 크게 작용한데다 현지 치안 문제를 우려한 여행객들이 다른 대체 여행지를 찾고 있다"며 "바르셀로나, 프라하, 부다페스트 등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