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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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만 기다리면서 회사생활 버티고 있는데 아직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못 정했어요."

평소 휴가를 길게 쓰는 게 눈치 보여 여름휴가만 기다려왔던 직장인들이 고민에 빠졌다.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다. 연이은 폭염에 여행지를 바꾸거나 일정을 단축하는 등 휴가 계획을 바꾸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친구들과 강원도 일대로 여름휴가를 떠날 예정이라는 30대 직장인 윤모 씨는 여행 기간을 5일에서 3일로 줄였다. 무더운 날씨에 닷새 일정 여행이 고생스럽겠다는 판단에 결정했다. 윤 씨는 "뜨겁고 더운 낮에는 실내에서만 보낼 계획이라 일정을 줄였다"면서 "서울로 돌아와 하루는 숙소에서만 푹 쉬면서 충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두 자녀를 키우는 40대 직장인 권모 씨 가족은 바닷가 여행 대신 호캉스(호텔+바캉스)로 계획을 틀었다. 권 씨는 "아이들과 바다도 보고 물놀이를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폭염에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 휴가에 사서 고생하고 싶진 않다"고 했다.
강원 양양군 낙산해변에 피서객들이 휴가를 즐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강원 양양군 낙산해변에 피서객들이 휴가를 즐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처럼 휴가 계획이 바뀐 것은 장마 끝 폭염 탓이 크다. 기상청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을 통해 "27일을 마지막으로 전국 장마가 사실상 종료됐다"고 밝혔다. 장마가 물러난 이후엔 폭염이 찾아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체감온도 35도를 웃도는 등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다. 본격 여름휴가철에 폭염이 시작되자 "차라리 휴가를◁ 가을에 가야겠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올해 여름휴가는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는 30대 직장인 송모 씨는 "7월 날씨가 폭우에 폭염에 오락가락해 여행 일정을 못 정하고 결국 집에서 보내게 됐다"며 "지금은 국내나 해외나 대부분 더우니 비교적 날씨 영향이 적은 가을에 휴가를 사용하겠다고 말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행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행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회사에서 휴가 날짜가 지정돼 일정을 쉽게 바꿀 수 없는 직장인들 사이에선 여행지 대신 호캉스로 휴가를 보내겠다는 반응도 상당수다. 이에 여행업계는 호텔을 포함한 실내 휴양 수요를 잡기 위한 상품 출시로 모객에 나섰다.

야놀자는 워터파크와 테마파크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전용 레저 상품에 적용할 수 있는 최대 15% 할인 쿠폰을 선착순 발급하고, 상품 이용 완료 시 최대 10만원 상당의 리워드 제공하는 등 모든 혜택을 적용하면 최대 80% 할인가에 구매할 수 있다. 오션월드 골드시즌 종일권은 최대 77%, 에버랜드 오후 이용권이 포함된 캐리비안베이 골드 입장권은 최대 72% 할인가에 선보인다.

노랑풍선은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호텔에서 편안한 휴식과 어트랙션을 결합한 '핫플 호캉스 & 어트랙션 페스티벌' 기획전을 열었다. 여행을 멀리 떠나지 않고도 여유로운 휴가를 즐기고자 하는 고객들에게 최적의 선택이 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금호리조트는 물놀이와 휴식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요트 프로그램부터 실내·외 워터파크, DJ 이벤트, 로컬 음식 등 지점별 특색을 살린 각종 여름 성수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회사 측은 "여름 방학 시즌을 맞아 휴가와 시원한 물놀이를 즐기고 싶은 고객들을 위해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여름 역대급 무더위 전망에 수개월 전부터 실내 여행 프로그램을 찾는 고객이 많았다"며 "가성비 호캉스 숙소로 알려진 곳은 예약이 조기 마감될 정도로 인기였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