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숨은 보석, 에메랄드빛 파도가 일렁이는 타히티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024 파리올림픽 서핑 경기의 무대
“요라나!(Ia Ora na!)”
한밤중 도착한 타히티의 파페에테 국제공항. 입국장이 온통 꽃 천지다. 흰색의 꽃목걸이를 걸고, 화관을 쓴이들이 여행자들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주느라 정신이 없다. 타히티의 국화(國花)인 ‘티아레’ 꽃을 엮어 만든 것들이다.
타히티는 ‘꽃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꽃을 사랑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평범한 날에도 꽃이나 잎을 엮어 만든 화려한 화관을 쓴 이들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티아레'는 특별한 사랑을 받는다. 제의, 요리, 약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쓰이는 꽃이다. 무엇보다 손님을 환영할 때 티아레 목걸이는 빠지지 않는다.
현지 가이드가 걸어준 꽃의 달콤한 향기가 기나긴 여정에서 쌓인 여독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다. 타히티는 프렌치 폴리네시아를 이루는 남태평양 동쪽의 118개 프랑스령 섬 중 가장 큰 섬이다. 하와이에서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만날 수 있다. 타히티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은 꼬박 26시간. 인천에서 12시간을 날아 로스앤젤레스(LA)로 향한 뒤, 다시 8시간을 날아 타히티로 가는 여정이다. 아무리 길게 휴가를 내도 가기는 힘들겠다고? 섣불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 도쿄와 하와이 등을 경유하는 항공편을 이용하면 10~12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그러나 문제는 2024 파리올림픽이다. 서핑 경기를 타히티에서 개최하게 되면서 한시적으로 일부 노선을 단항했다. 평소보다 항공편을 늘려도 모자랄 텐데 반대로 비행편을 줄이다니? 이는 타히티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납득되는 결정이다.
프렌치 폴리네시아는 6개의 제도, 118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타히티가 위치한 소시에테 제도에 상업시설과 관광지가 몰려 있다. 전체 인구는 31만명 정도인데, 3분의 1 정도가 이곳에 산다. 그러나 아무리 번화가라고 해도 대도시와는 거리가 먼 작고 평화로운 섬이다. 그러니 올림픽 기간 내 적절히 수용인원을 조절하기 위한 조치다.
이렇게 길고 긴 여정을 감수하면서까지 올 만한 곳일까? 작은 의구심에 대한 답은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얻을 수 있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바다의 환상적인 물빛에서. 타히티의 로컬을 만나는 곳, 마르셰
타히티로 떠난다면 꼭 일요일을 포함하는 일정으로 계획을 짜는 것이 좋다. 도시 중심부의 장터 ‘마르셰’에서 일요일 오전 4시부터 대대적인 장이 선다. 상인들이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과 신선한 농산물을 가판대 가득 널어놓는데 그 자체가 대단한 볼거리다. 그야말로 난생처음 보는 물건들이 가득하다. 토란을 닮은 과일, 알록달록한 열대과일, 즉석에서 사탕수수즙을 내어 만드는 주스 등. 해산물 코너로 가면 신기함은 두 배다. 태평양 깊은 곳에 산다는 물고기들은 초현실적인 생김새를 가졌다. 일부러 물감으로 칠해놓은 듯한 파란색·초록색 무늬는 애니메이션 속 물고기 캐릭터를 보는 듯하다.
프렌치 폴리네시아는 사방이 바다인 섬나라인 만큼 해산물은 넉넉한 반면, 육고기는 상대적으로 귀하다. 넓은 시장 안에서 생고기를 취급하는 정육점은 단 두 곳뿐인 이유다. 그렇다고 고기를 즐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돼지고기의 기름기가 많은 부위를 훈제한 BBQ ‘뿌아로티’는 일종의 특별식으로, 사람들은 이를 구입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렇듯 활기로 가득한 시장은 로컬들의 생활 일면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기회다. 타히티관광청의 마라니아는 자부심 어린 목소리로 시장을 소개한다 “보통 다른 나라에서는 ‘시장’하면 서민들만의 공간을 떠올리죠. 하지만 타히티에서는 달라요. 부유하든 가난하든 생활 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타히티 사람이 모이는 곳이죠.”
그의 말대로,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이 해가 뜨기 전부터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타히티 사람들은 부지런하기도 하지. 알고 보니, 한창 놀기 좋아하는 20대 청년들은 밤새 파티를 즐긴 뒤 이곳에 들러 ‘쁘아송 크루’로 해장을 하고 집에 간단다.
보통은 장을 본 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이곳에서 산 재료로 풍성한 점심을 차려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타히티 사람들의 주말이라고 했다. 서로 아는 사람은 어찌나 많은지. 걸음을 뗄 때마다 반가움의 환호성을 지르며 포옹과 볼 인사(비주)를 나누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내게도 타히티 사람들의 다정함이 옮겨진 듯 마음이 따뜻해진 시간이었다. 프렌치 폴리네시아는 어떤 곳?
남태평양의 섬나라. 프랑스어를 사용하고, 화폐로는 프렌치 퍼시픽 프랑(XPF)을 쓴다. 날씨는 연중 27℃ 정도로 화창하고 따사롭다.
그러나 태평양의 햇볕은 무척 뜨거워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자외선 차단지수(SPF)가 높은 선크림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실내는 에어컨 바람으로 온도가 낮아 감기에 걸리기 쉬우니 얇은 긴소매의 겉옷을 챙기는 것이 좋다.
김은아 한경매거진 기자 una.kim@hankyung.com
한밤중 도착한 타히티의 파페에테 국제공항. 입국장이 온통 꽃 천지다. 흰색의 꽃목걸이를 걸고, 화관을 쓴이들이 여행자들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주느라 정신이 없다. 타히티의 국화(國花)인 ‘티아레’ 꽃을 엮어 만든 것들이다.
타히티는 ‘꽃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꽃을 사랑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평범한 날에도 꽃이나 잎을 엮어 만든 화려한 화관을 쓴 이들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티아레'는 특별한 사랑을 받는다. 제의, 요리, 약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쓰이는 꽃이다. 무엇보다 손님을 환영할 때 티아레 목걸이는 빠지지 않는다.
현지 가이드가 걸어준 꽃의 달콤한 향기가 기나긴 여정에서 쌓인 여독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다. 타히티는 프렌치 폴리네시아를 이루는 남태평양 동쪽의 118개 프랑스령 섬 중 가장 큰 섬이다. 하와이에서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만날 수 있다. 타히티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은 꼬박 26시간. 인천에서 12시간을 날아 로스앤젤레스(LA)로 향한 뒤, 다시 8시간을 날아 타히티로 가는 여정이다. 아무리 길게 휴가를 내도 가기는 힘들겠다고? 섣불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 도쿄와 하와이 등을 경유하는 항공편을 이용하면 10~12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그러나 문제는 2024 파리올림픽이다. 서핑 경기를 타히티에서 개최하게 되면서 한시적으로 일부 노선을 단항했다. 평소보다 항공편을 늘려도 모자랄 텐데 반대로 비행편을 줄이다니? 이는 타히티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납득되는 결정이다.
프렌치 폴리네시아는 6개의 제도, 118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타히티가 위치한 소시에테 제도에 상업시설과 관광지가 몰려 있다. 전체 인구는 31만명 정도인데, 3분의 1 정도가 이곳에 산다. 그러나 아무리 번화가라고 해도 대도시와는 거리가 먼 작고 평화로운 섬이다. 그러니 올림픽 기간 내 적절히 수용인원을 조절하기 위한 조치다.
이렇게 길고 긴 여정을 감수하면서까지 올 만한 곳일까? 작은 의구심에 대한 답은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얻을 수 있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바다의 환상적인 물빛에서. 타히티의 로컬을 만나는 곳, 마르셰
타히티로 떠난다면 꼭 일요일을 포함하는 일정으로 계획을 짜는 것이 좋다. 도시 중심부의 장터 ‘마르셰’에서 일요일 오전 4시부터 대대적인 장이 선다. 상인들이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과 신선한 농산물을 가판대 가득 널어놓는데 그 자체가 대단한 볼거리다. 그야말로 난생처음 보는 물건들이 가득하다. 토란을 닮은 과일, 알록달록한 열대과일, 즉석에서 사탕수수즙을 내어 만드는 주스 등. 해산물 코너로 가면 신기함은 두 배다. 태평양 깊은 곳에 산다는 물고기들은 초현실적인 생김새를 가졌다. 일부러 물감으로 칠해놓은 듯한 파란색·초록색 무늬는 애니메이션 속 물고기 캐릭터를 보는 듯하다.
프렌치 폴리네시아는 사방이 바다인 섬나라인 만큼 해산물은 넉넉한 반면, 육고기는 상대적으로 귀하다. 넓은 시장 안에서 생고기를 취급하는 정육점은 단 두 곳뿐인 이유다. 그렇다고 고기를 즐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돼지고기의 기름기가 많은 부위를 훈제한 BBQ ‘뿌아로티’는 일종의 특별식으로, 사람들은 이를 구입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렇듯 활기로 가득한 시장은 로컬들의 생활 일면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기회다. 타히티관광청의 마라니아는 자부심 어린 목소리로 시장을 소개한다 “보통 다른 나라에서는 ‘시장’하면 서민들만의 공간을 떠올리죠. 하지만 타히티에서는 달라요. 부유하든 가난하든 생활 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타히티 사람이 모이는 곳이죠.”
그의 말대로,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이 해가 뜨기 전부터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타히티 사람들은 부지런하기도 하지. 알고 보니, 한창 놀기 좋아하는 20대 청년들은 밤새 파티를 즐긴 뒤 이곳에 들러 ‘쁘아송 크루’로 해장을 하고 집에 간단다.
보통은 장을 본 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이곳에서 산 재료로 풍성한 점심을 차려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타히티 사람들의 주말이라고 했다. 서로 아는 사람은 어찌나 많은지. 걸음을 뗄 때마다 반가움의 환호성을 지르며 포옹과 볼 인사(비주)를 나누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내게도 타히티 사람들의 다정함이 옮겨진 듯 마음이 따뜻해진 시간이었다. 프렌치 폴리네시아는 어떤 곳?
남태평양의 섬나라. 프랑스어를 사용하고, 화폐로는 프렌치 퍼시픽 프랑(XPF)을 쓴다. 날씨는 연중 27℃ 정도로 화창하고 따사롭다.
그러나 태평양의 햇볕은 무척 뜨거워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자외선 차단지수(SPF)가 높은 선크림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실내는 에어컨 바람으로 온도가 낮아 감기에 걸리기 쉬우니 얇은 긴소매의 겉옷을 챙기는 것이 좋다.
김은아 한경매거진 기자 una.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