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건물. 사진=REUTERS 연합뉴스
지난 8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건물. 사진=REUTERS 연합뉴스
"대지진이 올 수 있다는 데 여행 내내 불안하기보단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오는 14일 일본 후쿠오카로 떠날 예정이던 30대 직장인 최모 씨는 항공 숙소 예약을 급하게 모두 취소했다. 일본 대지진 가능성 때문이다. 최 씨는 "(후쿠오카가) 지진 직접 영향권은 아니라지만 신경이 쓰여 예민한 상태로 여행을 망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주말부터 오사카로 3박4일 여름휴가를 떠날 예정인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일정을 강행할 계획이다. 이 씨는 "매일 뉴스와 현지 커뮤니티 글을 통해 상황을 보고 있다. 일본 기상청에서 대지진 발생 확률이 낮다고 밝힌 만큼 큰 문제가 없다면 출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는 15일 광복절 황금연휴를 앞두고 일본 여행을 앞둔 여행객들 고민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지진이 잦은 데다 태평양 연안 거대 지진인 '난카이 해곡 대지진' 발생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기상청은 지난 8일 규슈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규모 7.1 지진이 발생한 뒤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거대 지진 주의)'를 발표했다. 임시 정보는 피난을 권고하는 경계보다는 한 단계 낮은 조치다.

난카이 해곡은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규슈 동부 해역까지 이어져 있다. 일본 정부는 이곳에서 100∼150년 간격으로 발생한다는 대형 지진이 30년 이내 발생할 확률을 70~80%로 보고 있다. 이 지진이 일어나면 최대 23만여 명에 달하는 사망자와 실종자가 나오고 건물 209만 채가 파손될 것이란 예측이 제기된 바 있다.

최근 지진이 잇따르는 데다 대지진 우려까지 더해지자 현지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방재용품 관심도가 부쩍 높아졌다. 해안지역에선 수도를 사용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한 휴대용 화장실이나 가구를 고정하는 도구 등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여행업계도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여행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리지 않았고, 일본 기상청이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를 15일 오후 5시 해제할 방침을 밝히면서 출발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나투어 관계자는 "취소 관련 문의보단 현지 여행이 가능한지, 예약한 여행 상품이 정상 운영되는지 묻는 고객이 많았다"며 "현지 여행 인프라는 평상시대로 운영 중이다. 고객이 예약한 일정은 모두 정상 진행된다"고 말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도 "현지 상황 우려로 취소 문의가 접수되고 있지만 실제 취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예약 현황도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고 했다.

출국을 앞둔 여행객이 현지 지진 우려를 이유로 예약된 항공편이나 숙소를 취소해도 수수료는 내야 한다. 외교부의 여행경보안내에 따라 2단계 조치인 여행 자제가 되면 여행사들은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일본에 내려진 여행경보안내는 없다. 현지 여행객과 체류 중인 자국민에 대한 안전유의 공지만 내보냈다.

업계 관계자는 "광복절 연휴에도 일본을 찾는 관광객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만큼 연휴를 앞두고 나온 지진 정보에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곧 상황이 해제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면서 여행을 포기하려던 이들도 취소보다는 현지 일정 진행이 가능한지 살펴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