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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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질서도 지키지 않아 문제를 일으키는데 운전할 수 있게 하는 건 시기상조 아닐까요?"

최근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관광업계가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단체 관광 대신 개별로 제주를 찾는 여행객도 많아지면서 일각에선 중국인 여행객에도 렌터카 운전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내국인 관광객이 줄고,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이들의 소비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다만 10년 전에도 안전을 이유로 도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데다 내국인 관광객 수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이번에도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일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제주를 찾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는 110만3691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에 중국인은 82만7942명(75%)이다.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4명 중 3명은 중국인 관광객인 셈이다. 제주도는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고, 근거리 여행지로 인기다. 지난해 8월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단체관광을 허용하면서 관광객 수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2만9881명)과 비교했을 때 538% 급증했다.

중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방한 외국인의 관광 추세는 단체 관광 위주에서 개별 관광으로 바뀌고 있다. 버스와 관광택시 등으로만 갈 수 없는 장소가 많아 렌터카를 찾는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업계에선 개별 관광객이 늘어나는 만큼 렌터카 운전을 허용해 접근성을 높이면 여행객들의 소비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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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렌터카를 운영하는 A씨는 "단체 관광은 버스를 대절해 이동하지만 개별 여행은 관광택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동선 제약이 크다"며 "운전을 허용하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어 대중교통으로 가기 어려운 지역 방문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클룩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올해 8월까지 렌터카 예약량은 210% 늘었다. 클룩 관계자는 "방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자유로운 일정과 개인 맞춤형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더 유연하고 독립적인 여행을 추구하는 여행객들에게 '렌터카'가 매우 매력적인 이동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서울과 부산, 제주도 여행에서 렌터카 예약률은 지난해 대비 176% 늘었다. 국가별로 보면 대만 450%, 홍콩 360% 등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대만 홍콩과 달리 중국인은 자국 면허를 소지해도 국내에서 운전하려면 한국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제네바 국제협약' 미가입국으로 국제운전면허증이 인정되지 않아서다. 협약에 가입된 국가의 여행객은 국제운전면허증이 있으면, 상호 국가에서 운전이 가능하게 돼 있다.

앞서 지난 5월 김의근 제주관광학회장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렌터카 운전을 허용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학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제주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대부분이 개별 관광객으로 바뀐 상태"라며 "이젠 중국인 관광객들의 렌터카 운전을 허용하는 제도 개선을 통해 제주 교통수단의 편의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인 관광객에게 렌터카 운전을 허용하자는 움직임은 10년 전에도 있었다. 2014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5단계 제도 개선 과정에서 외국인 관광객 운전 허용 특례를 도입하려고 했으나 사고 증가를 우려한 도민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제주렌터카조합 관계자는 "최근 여러 분야에서 (렌터카 운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이전에도 의견이 나왔지만 당시 중국인이 교통법규를 잘 지키지 않다 보니 사고율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관광객들이 줄이어 렌터카 하우스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관광객들이 줄이어 렌터카 하우스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렌터카 허용에 대한 내국인 관광객들의 반응도 좋지 않다. 최근 잇따른 민폐 논란 때문이다. 앞서 중국인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아이가 길거리에서 용변을 보는 모습이 포착됐고, 중국인 관광객이 휩쓸고 간 편의점에 온갖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는 사진 등이 퍼지면서 공분을 샀다. 기본적인 규칙도 지키지 않는 모습에 자칫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차량 운전은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온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성산일출봉과 우도에 중국어만 들릴 정도로 중국인이 많았다"며 "이들이 금연구역인 실내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피우는데 운전 규칙은 제대로 지킬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교통문화 차이로 교통혼잡을 유발하거나 사고가 많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며 "한국인 관광객이 해외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것처럼 국내 교통 수칙 준수가 잘 이뤄질 수 있는 조치가 마련된다면 허용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