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와 한강, 서도역에 오버랩되는 예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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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기자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 두 가지 키워드가 혼재되어 있다. 드라마 <정년이>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콘텐츠다. 드라마 <정년이>는 국극을 소재로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소녀와 노력형 인재의 경쟁 구도를 드러내고 있다. 앞선 역할의 주인공은 배우 김태리가 맡았다.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가' 울려퍼지는 남원에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나의 생에 이런 놀라운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자체가 감사했다. 칼이 아닌 펜으로 (요새는 키보드려나)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고, 나아가 삶을 흔드는 문학의 힘. 그 힘이 비롯되는 작가의 영역에 대해 새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드라마 <정년이>, 작가 한강의 소식이 오버랩 되며 기자는 남원이란 지역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정년이’를 보면 마치 전생의 기억 같은 ‘애기씨’ 였을 적의 배우 김태리의 흔적이 남원에 남아 있는 탓이다. 그 흔적이 남아 있는 곳에는 일찍이 문학의 힘이 포개어 있다. 대하소설 <혼불>의 궤적이다.
구동매가 애기씨를 기다리던 옛 서도역
남원 시내에서 북쪽으로 14km 정도 달리면 옛 서도역이 나타난다. 방송된 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회자되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명장면도 이곳에서 다시 피어난다. 구한말, 위태로운 조국을 지키고자 생을 걸었던 이들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빛나는 스토리에 아름다운 영상미로 매 장면이 화제가 되었다.
8화 하이라이트가 펼쳐지는 서도역에서 구동매(유연석 분)는 오지 않길 바라던 고애신(김태리 분)을 맞닥뜨리고 고백하지 않은 마음까지 들키고 만다. 가는 길이 다르고, 품은 이가 다른 둘의 만남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안될 걸 알면서도 기대하게 되는 마음을 갖게 했다. 이럴 때면 사람이 진정 줄 수 있는 마음은 단 하나뿐이라는 확신이 든다. 점잖은 밥 한 상 천천히 다 먹을 시간이면 닿는 정거장
한편 서도역은 최명희 작가가 혼신의 힘으로 써내려간 대하소설 <혼불> 도입부의 배경이자, 중요한 문학적 공간이기도 하다. ‘매안마을 끝 아랫몰에 이르러, 치마폭을 펼쳐 놓은 것 같은 논을 가르며 구불구불 난 길을 따라, 점잖은 밥 한 상 천천히 다 먹을 시간이면 닿는 정거장’, 소설의 주인공 ‘효원이 대실에서 매안으로 신행 올 때 기차에서 내리던 곳이며 강모가 전주로 학교 다니면서 이용하던 장소’가 서도역인 것이다.
서도역은 1934년 10월 1일 역원배치 간이역으로 운수영업을 시작하여 1937년 10월 1일 보통역으로 승격되었다. 2002년 전라선 철도이설로 신역사를 준공, 이전하면서 옛 서도역을 일제강점기 준공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했다. ‘구서도역영상촬영장’으로 재탄생한 옛 서도역은 사람들의 사진 속에, 드라마와 영화 속에 아름다운 배경으로 사랑받고 있다. 누군가 오래 간직할 그 시간 속에서 말이다.
정상미 기자 vivid@hankyung.com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가' 울려퍼지는 남원에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나의 생에 이런 놀라운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자체가 감사했다. 칼이 아닌 펜으로 (요새는 키보드려나)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고, 나아가 삶을 흔드는 문학의 힘. 그 힘이 비롯되는 작가의 영역에 대해 새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드라마 <정년이>, 작가 한강의 소식이 오버랩 되며 기자는 남원이란 지역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정년이’를 보면 마치 전생의 기억 같은 ‘애기씨’ 였을 적의 배우 김태리의 흔적이 남원에 남아 있는 탓이다. 그 흔적이 남아 있는 곳에는 일찍이 문학의 힘이 포개어 있다. 대하소설 <혼불>의 궤적이다.
구동매가 애기씨를 기다리던 옛 서도역
남원 시내에서 북쪽으로 14km 정도 달리면 옛 서도역이 나타난다. 방송된 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회자되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명장면도 이곳에서 다시 피어난다. 구한말, 위태로운 조국을 지키고자 생을 걸었던 이들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빛나는 스토리에 아름다운 영상미로 매 장면이 화제가 되었다.
8화 하이라이트가 펼쳐지는 서도역에서 구동매(유연석 분)는 오지 않길 바라던 고애신(김태리 분)을 맞닥뜨리고 고백하지 않은 마음까지 들키고 만다. 가는 길이 다르고, 품은 이가 다른 둘의 만남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안될 걸 알면서도 기대하게 되는 마음을 갖게 했다. 이럴 때면 사람이 진정 줄 수 있는 마음은 단 하나뿐이라는 확신이 든다. 점잖은 밥 한 상 천천히 다 먹을 시간이면 닿는 정거장
한편 서도역은 최명희 작가가 혼신의 힘으로 써내려간 대하소설 <혼불> 도입부의 배경이자, 중요한 문학적 공간이기도 하다. ‘매안마을 끝 아랫몰에 이르러, 치마폭을 펼쳐 놓은 것 같은 논을 가르며 구불구불 난 길을 따라, 점잖은 밥 한 상 천천히 다 먹을 시간이면 닿는 정거장’, 소설의 주인공 ‘효원이 대실에서 매안으로 신행 올 때 기차에서 내리던 곳이며 강모가 전주로 학교 다니면서 이용하던 장소’가 서도역인 것이다.
서도역은 1934년 10월 1일 역원배치 간이역으로 운수영업을 시작하여 1937년 10월 1일 보통역으로 승격되었다. 2002년 전라선 철도이설로 신역사를 준공, 이전하면서 옛 서도역을 일제강점기 준공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했다. ‘구서도역영상촬영장’으로 재탄생한 옛 서도역은 사람들의 사진 속에, 드라마와 영화 속에 아름다운 배경으로 사랑받고 있다. 누군가 오래 간직할 그 시간 속에서 말이다.
정상미 기자 vivi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