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kg 살쪄서 내린다?…럭셔리 여행의 끝판왕 '꿈의 크루즈'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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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명 정원에 한국인 900여명 탑승
20~30세대, 영유아 동반 승객도 많아
업계, "크루즈여행 대중화 추세"
20~30세대, 영유아 동반 승객도 많아
업계, "크루즈여행 대중화 추세"
'부유한 중장년층이 즐기는 고가 여행', '럭셔리 여행의 끝판왕'으로 불릴 정도로 수많은 여행객의 로망이자 버킷리스트로 꼽히는 크루즈 여행에 젊은층 유입이 늘고 있다. 장기간 여행으로 비용과 시간 모두 부담스러웠던 소비자들을 위해 단기 여행 상품이 마련된 데다 젊은층을 겨냥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구성되면서다. 지난달 21일 싱가포르에서 처음 출항하는 로얄캐리비안 크루즈 앤썸 오브 더 씨(앤썸호)를 타보니 중장년층 탑승객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20~30대 젊은 탑승객이 많았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도 많아 크루즈 여행이 점차 대중화 되는 것으로 보였다. 또 곳곳에서 한국말이 들렸다. 여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탑승객은 4000여명으로 모든 객실이 만실이다. 이 중 한국인 관광객은 약 900명으로 전체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2015년 항해를 시작해 유럽과 중동지역을 돌다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항해를 시작한 앤썸호는 17만t급 크루즈로 아시아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16층 높이에 최대 길이 348m로 63빌딩(250m)을 누인 것보다 100m가량 더 길다. 선내 16개의 엘리베이터는 탑승객의 이동을 돕는다. 선실은 2090개의 객실을 갖췄다. 그중 인기가 많은 발코니 객실 수가 1571개로 가장 많다. 발코니 객실은 선실 외부로 나가 선베드에 누워 쉴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창문을 열 수 있어 답답함이 없다는 점도 인기 이유로 꼽힌다. 또 실내외 수영장과 인공 파도타기 시설 등을 즐긴 뒤 옷을 말리는 곳으로 사용하는 여행객도 많았다. 선내 시설로는 인공 파도타기 시설, 암벽등반, 바다 관람차 북극성, 가상 스카이다이빙 아이플라이 등을 갖췄다. 갑판을 따라 크루즈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조깅 트랙도 있다. 식당과 카페 바는 다 합쳐 20개에 달한다. 일부 유료 운영을 제외하고 대부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크루즈 객실 비용에 모두 포함돼서다. 특히 무료 뷔페식당인 윈재머는 매일 100가지 종류의 음식이 나와 항상 사람이 많이 몰렸다. 브레이크 타임과 심야시간을 제외하고 언제든 식사가 가능해서다. 선실마다 메인 다이닝 룸 이용시간이 지정돼 있는데 저녁을 먹은 뒤에도 윈재머에 가서 먹고 핫도그, 아이스크림 또 밤늦게까지 먹을 수 있는 피자 카페 덕분에 여행객 사이에선 크루즈에서 내릴 때 5kg가량 살찐다는 말이 퍼져있다. 4박 5일간의 여정에도 지루할 틈이 없이 매일매일 새로운 축제가 열렸다. 수십여가지 이벤트를 찾아다니다 보니 매일 2~3만보가량 걸었다. 4~5층은 대극장부터 뮤직홀, 명품샵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다양한 게임과 놀이가 이어지고 재즈가수의 무대, 뮤지컬 공연도 열린다. 6~18세 청소년을 위한 추리게임부터 모든 연령이 참가할 수 있는 빙고, 퀴즈 게임도 크루즈 여행의 즐거움을 더하는 요소다. 특히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을 위한 베이비 시터 프로그램도 있고, 아이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놀이방까지 있어 가족 동반 여행객에게도 큰 불편 없는 여행을 가능하게 했다. 항해 2일차와 3일차에는 기항지인 말레이시아 페낭과 태국 푸켓에서 하선해 현지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선사 제공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개별 여행을 떠날 수 있고, 하선하지 않고 배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등 개인 선택에 따라 보낼 수 있다. 승하선 시 인상적이었던 점은 휠체어나 유모차가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 이동과 경사로 등 편의 시설이다. 특히 푸켓은 대형 크루즈선이 정박할 곳이 없어 바다 한 가운데서 텐더보트로 갈아탄 뒤 이동해야 하는 데도 큰 어려움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4일차에는 푸켓에서 싱가포르까지 바다 위에서만 보내는 일정이다. 선내 프로그램마다 많은 사람이 몰려 크루즈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활동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날의 가장 큰 행사는 '포멀나이트'다. 정장 의상을 입고 저녁식사를 하며 춤추고 파티를 즐기는 형태다. 아이들은 각 나라의 전통의상을 입은 모습이었다. 한복을 입은 한국 아이는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매일 밤 저녁식사를 도왔던 크루들과 친해진 여행객은 선물을 주고받거나 함께 사진을 찍고 춤을 추는 등 아쉬움을 달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크루들은 전날 고객의 요청사항을 상세히 기억해 얘기하지 않아도 미리 챙겨줄 정도로 세심함을 보였다. 5일차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크루즈 센터에 도착해 하선하는 순간까지 배 위에서 보냈다고 느끼기 어려웠다. 거대한 선체 덕에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다. 현재 우기에 접어든 동남아 지역 특성상 밤 시간대 비바람이 치는 날씨에도 큰 흔들림이 없어 체험 프로그램도 중단 없이 이어졌다.
업계에선 크루즈선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한 연령층이 만족할 수 있도록 구성된 데다 인증샷과 특별한 경험을 중시하는 MZ(밀레니얼+Z)세대 수요가 늘어나면서 크루즈 여행이 점차 대중화되고 있다고 보고있다. 또한 크루즈 여행은 승선 경험이 있는 여행객 대다수가 다시 떠나고 싶어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크루즈선사협회 조사 결과 크루즈 승선 유경험자의 82%가 다시 승선하겠다고 답했다. 밀레니얼과 Z세대에서는 각각 81%, 74%가 재탑승을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크루즈 여행의 매력에도 국내 모항 크루즈가 아니라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인천에서 싱가포르까지 항공편으로 6시간 반가량 이동한 뒤 다시 크루즈 센터까지 이동해 탑승하고, 하선 후에는 반대로 또 인천으로 돌아와야 해서다. 4박5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이동 시간 때문에 앞뒤로 2일가량 여유가 더 있어야 하는 셈이다. 국내 접근성만 더 편리해지면 크루즈 수요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